[신나는 공부/공부스타-시즌2]<1>자기소개서 ‘짱’ - 한양대 국어교육과 12학번 천해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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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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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기소개서 필살기 ‘브레인스토밍’

《성공하는 학생들은 모두 자신만의 ‘필살기’를 하나쯤 갖고 있습니다. 최하위권을 맴돌다 성적을 바짝 끌어올린 학생,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한 학생, 어렵게만 느껴지던 친구들과의 관계가 부쩍 좋아진 학생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신나는 공부’는 오늘부터 ‘공부스타-시즌2’를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로 뛰어난 성과를 내거나 변화를 만들어낸 학생들의 비결을 소개합니다.》

천해주 씨(19·여·사진)는 지난해 한양대의 수시 입학사정관전형인 미래인재전형으로 국어교육과에 최종 합격했다. 천 씨는 국어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인 교내 학술동아리 ‘너나들이’와 교내 토론대회 ‘학생자치토론대회’를 직접 기획하는 등 전공 관련 비교과 활동을 주도적으로 했다. 특히 자기소개서와 학습계획서 등의 서류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천 씨를 평가한 이정은 한양대 입학사정관은 “학급서기 활동에서 보여준 자신의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자기소개서에 풀어냈다”면서 “서기 활동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 것만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겠지만 자기소개서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어필했다”고 설명했다. 입학사정관을 사로잡은 천 씨의 자기소개서 작성 비결은 무엇일까.

[1단계 시장 분석] 유리한 입학사정관전형 20개 정리

“입학사정관전형의 핵심은 ‘브랜드 만들기’라고 생각해요. ‘나’라는 상품을 대학이라는 ‘소비자’에게 파는 전략을 세우는 거죠.”

천 씨는 지난해 5월부터 두 달간 하루 30분∼1시간을 자신에게 유리한 입학사정관전형을 찾는 데 투자했다.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꿈인 자신이 지원할 수 있는 전국 주요대학의 학과를 찾은 뒤 그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의 특징을 분석했다. 여러 전형 중 진로에 맞는 비교과 활동을 꾸준히 해온 자신에게 유리한 20여 개를 추려 전년도 경쟁률과 함께 엑셀 파일로 정리했다.

“정리한 전형자료를 토대로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며 합격 가능성이 높은 대학을 정했어요. 지원할 대학을 정한 뒤에는 수시로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출을 요구하는 서류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면서 자기소개서 준비를 시작했죠.”

[2단계 상품경쟁력 분석] 브레인스토밍으로 장단점 분석


천 씨는 고교 3년간의 활동을 △자기특성 분석 △전공 관련 활동 △과목별 세부능력사항 등 3개 유형으로 나눠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정리했다.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는 학생부를 ‘법전’처럼 참고했다. 학생부에 기록된 검증된 활동만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함이었다.

자기특성 분석은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의 공통된 인재상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자기주도학습능력 △총체적 인재형 능력 △인문학적 소양 △잠재능력 △글로벌 감각 등으로 나눴다.

전공 관련 활동은 국어교육과 학생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정리했다. 하위항목은 △사회 △교육 △학생자치 활동으로 나눴다. 학생자치 활동에서는 동아리와 3학년 학급서기 활동에서 ‘나만의 리더십 발현’이라는 개념을 끌어내 ‘숨어있는 리더’ ‘부드러운 리더’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과목별 세부능력사항은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항목을 토대로 정리했다. 각 항목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예체능으로 나눠 학년별로 썼다. 국어 1학년에서는 △공통국어 평균 1.5등급 △국어부장→면학분위기 조성 △고전문학재해석→(수업 때) 춘향전 드라마제작→총연출, 대본제작, 편집, 연기 등을 뽑아냈다.

천 씨는 “몰아서 하루에 정리하지 않고 하루 2시간씩 일주일 동안 꼼꼼히 정리했다”면서 “3년간의 활동이 한눈에 들어와 핵심활동을 뽑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단계 홍보전략 수립 및 시연회] 내가 잘하는 것?

천해주 씨의 브레인스토밍 자료.
천해주 씨의 브레인스토밍 자료.
다른 지원자보다 잘하는 것!

천 씨는 브레인스토밍한 종이를 여러 장 복사해 각 대학의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새로 적용했다. 종이를 보고 해당 대학 전형의 인재상에 적합하지 않은 활동은 ‘X’를 표시하며 하나씩 지워나갔다. 최종적으로 키워드 3∼5개를 남기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개요를 작성해 자기소개서를 썼다. 자신이 많이 한 활동보다는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만의 강점으로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을 선택했다.

“한양대의 자기소개서 2번 항목은 리더십, 봉사활동, 역경극복 중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해 써야했어요.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긴 했지만 다른 학생과 비교해 나을 게 없었고 특별한 역경을 극복한 경험도 없었어요. 그래서 리더십 항목은 서기 활동 하나만으로 500자를 모두 채웠죠.”

자기소개서 초안은 가족에게 보여주며 객관화했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가족이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진정성이 떨어지는 포장된 이야기일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럴 경우 면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자소서 초안에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미국으로 함께 건너가 1년간 생활했던 경험을 ‘글로벌 리더의 자질’로 적시했지만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는 가족의 지적을 받고 다른 내용으로 바꿨다.

천 씨는 “실제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고치는 데 들인 시간은 전체 준비시간의 30%도 되지 않는다”면서 “관련 재료를 모두 모은 뒤 나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전략을 세우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 한양대 자기소개서 중 일부(리더십 항목)

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3년 내내 학급의 서기를 맡았습니다. 동아리, 토론대회 기획단에서도 서기를 맡았습니다. 남들은 반장을 한 번이라도 더 하려 하지만 저는 항상 제가 자진해서 서기를 맡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앞장서서 행동하며 압도적으로 대중들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중략) 내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나의 능력을 통해 친구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저만의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목별 과제를 칠판에 매일 적어주거나 친구들의 진로고민을 들어주는 등 (중략) 따뜻한 저만의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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