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거부한다는 의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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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반대’ 안과의사회 “내달 1~7일 백내장 수술 않겠다”

포괄수가제 시행에 반대하는 의사단체가 수술 거부에 나선다. 대한안과의사회는 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다음 달 1일부터 1주일간 병의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의료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국민의 것이므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포괄수가제의 의무적용에 반대한다. 국민은 실험용 쥐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항의의 수단으로 수술 거부를 결정했다.

포괄수가제는 같은 질병에 걸린 입원환자에게 같은 액수의 진료비를 매기는 제도.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제왕절개 분만, 자궁수술 등 7개 질병군에 한해 다음 달부터 모든 병의원에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안과의사회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포괄수가제는 의료서비스에 사용되는 재료와 장비를 최소한으로 해야만 이익이 극대화되는 제도다. 비양심적인 의사에겐 기회로 다가오겠지만 양심적인 의사에겐 고통과 좌절로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성명서를 내고 “포괄수가제를 강제 시행하는 건 국민에게 획일화된 저가 치료를 강요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안과의사회와 의협은 “백내장은 응급치료가 필요하지 않기에 1주일 정도 수술을 미뤄도 상태가 악화되지 않는다. 당장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니 괜찮다고 본다. 수술 거부 후 정부의 태도가 변하는지 지켜보고 향후 투쟁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안과의사회는 회원이 1800명에 이르는데 이번 총회에 참석한 325명 중 90% 이상이 수술 거부에 찬성했다.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은 내년 7월부터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는데 이번 수술 거부에는 동참하지 않는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을 받는 환자는 연간 29만 명(2010년 기준)에 이른다. 33개 주요 수술 중에서 환자가 가장 많다. 안과의사회가 수술 거부에 나선 이유는 백내장 수술의 진료수가가 다음 달부터 10% 인하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의협과 학회가 스스로 정한 의사업무량과 객관적인 진료비용을 종합해 진료수가를 결정했다. 지난해 6월 말을 기준으로 백내장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의 88.9%가 포괄수가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의사#포괄수가제#안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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