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국회의원 선거보다 엄격한 아파트 주민회장 ‘학력위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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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졸을 고교중퇴로 속여… 서울고법 “당선무효 사유”

서울 성동구 응봉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1월 새 동별 대표자 및 회장 선거를 실시했다. 입후보자 중에는 중졸 학력의 임모 씨(67)도 있었다. 임 씨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적이 없지만 입후보등록 신청서에 ‘○○고등학교 중퇴’라고 써서 제출해 후보등록을 했다. 임 씨는 동별 대표자에 이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까지 당선됐다.

그러나 곧 임 씨의 학력에 대한 시비가 일었다. 입주자대표회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임 씨에게 소명을 요청했다. 임 씨가 응하지 않자 선관위는 ○○고에 사실조회를 요청해 ‘임 씨가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선관위는 임 씨에게 “허위 학력 기재를 사과하고 입주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회장으로 인정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임 씨는 거절했다. 결국 선관위가 재선거를 실시해 다른 사람을 회장으로 선출하자 임 씨는 “허위 학력 기재는 당선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1심은 “주택법 시행령상 입후보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중졸과 고교 중퇴는 큰 차이가 없다”며 임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최완주)는 지난달 31일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력은 사회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크며 학력 허위 표시는 선거인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려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학력위조#아파트 주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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