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복지포럼]제3회 세미나: 국민이 바라는 복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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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 없게 전달체계 손봐야” “사회서비스 일자리 늘려야”

지난달 31일 열린 제3회 100인 복지포럼에서 전문가들이 ‘국민이 바라는 복지’를 놓고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달 31일 열린 제3회 100인 복지포럼에서 전문가들이 ‘국민이 바라는 복지’를 놓고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동아일보와 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제3회 복지포럼 세미나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국민이 바라는 복지’를 주제로 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새누리당 안종범,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 등 여당 야당의 이른바 ‘복지 브레인’들이 각 당이 펼치고자 하는 복지정책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안 의원은 ‘복지공약실명제’ ‘재원 마련이 확실한 공약’을, 김 의원은 ‘돌봄 일자리 확충을 통한 복지와 일자리의 동시 해결’을 강조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복지정책 및 공약에 관해 동아일보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포럼에는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병호 보건사회연구원장을 비롯해 복지 관계자와 시민 15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
[주제 발표]

‘고령화, 저출산, 소득양극화.’

안종범 의원과 김용익 의원은 지금 우리나라가 풀어야 할 문제로 이 세 가지를 꼽았다. 김 의원은 “베이비붐 세대가 65세가 되는 2020년부터는 고령화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 막연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1999년 여성의 초혼연령이 25세 정도였는데 지금은 29세다. 보육비 지원을 늘린다고 해도 젊은이들이 더는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는 양측이 공감했다.

하지만 해결 방법에는 차이가 있었다. 안 의원은 “복지재원이 제대로 내려가고 있는지 우선 전달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김 의원은 “돌봄 서비스를 정부가 늘려 복지와 일자리 모두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비스 방식 바꾸고 효율성부터 높여야”(안종범)


안 의원은 “복지환경 변화에 따라 복지비전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새누리당의 한국형 복지모델을 ‘평생맞춤복지’로 정의했다.

기존의 복지서비스 공급방식에 대해 안 의원은 “그동안 복지재정이 꾸준히 늘어왔지만 국민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복지재정을 무조건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9개 부처에서 최저생계비를 받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정책이 32가지인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노동 주거 교육복지를 아우르는 복지전달체계를 갖추고 사회보장위원회가 중복이나 사각지대가 없는지 계속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복지전달체계를 갖춘 뒤 복지비용을 늘려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료도 마찬가지로 보장성을 다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4대 중증질환을 선별적으로 돕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막힌 물길에 도랑을 파는 것이 복지”(김용익)

김 의원은 “그렇게 일부 4대 질환을 뽑으면 선거공약으로는 솔깃할지 모르지만 환자들의 진짜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진 못한다”고 반박했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출신인 김 의원은 ‘국민건강보험을 강화해 진료비 부담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 의원은 “복지에 대한 토론이 늘 ‘동어반복’에 머물고 있다”며 “복지의 구상은 새 사회 건설의 종합적인 구상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다. 김 의원은 “21세기는 청년노동력으로 움직이던 20세기와는 다르다. 여성이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 해방되어 사회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이 적절한 분배기능을 잃었을 때 인위적으로라도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도랑을 파주는 게 복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흔히 진보 쪽에서는 고용유연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지만 나는 인력활용의 효율화를 기하려면 필요하다고 본다. 단,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깔려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리=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패널 토론]

‘복지는 공짜 아니다’ 국민 인식 확고… 정당 공약남발 ‘부메랑’ 될 것

전문가 토론에서는 한국 사회의 복지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사회를 보고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가 패널 토론자로 나섰다.

○ 복지공약 남발은 이젠 ‘독’


이들은 “정당이 복지공약을 남발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총선이건 대선이건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과거와 달리 굉장히 부담이 커진다. 총선에서 내놓은 공약을 국민들이 끝까지 보겠다는 것이 이번 동아일보 설문 결과”라고 말했다.

조 교수도 복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1990년대에는 90% 가까운 설문 응답자가 복지를 무조건 확대해야 한다고 했지만 5년 전부터는 60%대로 줄었다”고 말했다. ‘복지를 확대하면 내 주머니에서 뭔가가 나간다’는 인식이 확고해졌다는 것.

사공 교수는 “한국은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43%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 여력이 있지만 과도한 복지 지출에는 반발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양질의 일자리와 폭넓은 복지 힘써야

정부가 복지 혜택 확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국민체감도가 낮은 이유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국민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의 틀을 떠나 ‘좀 더 안정된 생활’ ‘좀 더 인간다운 편안한 삶’ 같은 넓은 의미의 복지를 바라고 있는데 복지부는 종전의 틀 안에서 협의의 복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럴 경우 복지에 대한 기대가 더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교육비 절감이 중요하다”며 “사교육비 문제는 복지 프로그램이라 볼 수 없지만 사교육비가 내려가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 시각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조 교수는 “지금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어 고용을 못한다’고 하고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못한다’고 한다. 대학진학률을 50% 이하로 낮춰 취업률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복지 서비스 개선 시급

김 교수는 “한국은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이 10%를 넘어서 저복지 시대에서 중복지 시대로 진입했는데 복지 서비스 공급체계는 저복지시대에 설계돼 형평성과 효율성 모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복지 공급체계의 개혁 없이는 복지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추가적인 재원 부담에 대해 국민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우려가 높다”며 “서비스 공급체계 개혁 방안을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해야 하고 현 정부도 서비스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억대 연봉자도 혜택 원해… 어디까지가 서민이냐? ▼

토론자들 ‘범위’놓고 인식차

‘국민이 바라는 복지’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선 ‘서민’에 대한 논란이 토론의 열기를 더했다.

토론 참가자 모두 “어려운 사람을 위해 복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누구를 도와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복지 수혜자가 ‘서민’이 되어야 하는지, 서민을 누구로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인식 차가 드러났던 것.

조성한 교수는 “서민이라는 애매모호한 정치권 용어를 쓰지 말고 저소득층, 빈곤층의 명확한 기준을 지금부터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아버지가 규모가 큰 대학에서 정교수로 일하는데도 자신을 서민이라고 얘기하는 학생이 있다. 연봉이 1억 원 넘는 연구원도 복지 혜택을 기대하며 진보정당을 지지하더라. 복지가 확대되면 나보다 더 부유한 사람들의 돈으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서민과 복지 사각지대의 개념을 좁게 잡아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왔다. 김용익 의원은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좀 더 두툼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며 “복지 혜택이 필요한 사람을 좀 더 크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4대보험 자료를 모두 통합해 보면, 어떤 사람들은 한두 개 빠져 있을 수 있고,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람도 나올 것”이라며 “4대보험은 마지노선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서민층에 대한 조사나 통계가 빈약하기 때문에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종범 의원은 “빈곤 통계가 매년 발표되지만 과학적인 진단이나 복지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 혜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통계와 기준부터 세우자는 설명이다.

<토론참석 전문가>

▽사회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제 발표
안종범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
김용익 19대 국회의원(민주통합당)

▽패널 토론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복지포럼#사회서비스#일자리#고령화#저출산#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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