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영재들이 꿈을 키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영재교육기관이 고액과외를 통한 대학교수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됐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교 입시준비생들에게 불법으로 교습하고 부정 입학을 시켜 준 대가로 2억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 학교 콘트라베이스 전공 이호교 교수(45)가 한예종 예술영재교육원과 예비학교(예술실기연수과정)에 다니는 중고교 제자들을 상대로 불법 교습을 하며 30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한예종 관계자에 따르면 이 교수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법 교습을 한 것으로 확인된 제자 12명 가운데 9명은 고교 재학 시절부터 한예종 영재교육원이나 예비학교에 다니며 이 교수와 인연을 맺었다. 이 교수와 가까운 한예종 관계자 A 씨는 “이 교수가 콘트라베이스 전공 예비학교나 영재교육원에서 강의하며 중고생들과 친분을 다진 뒤 ‘내 밑에 있는 시간강사나 대학원생에게 개인 교습을 받아야 한예종에 합격할 수 있다’며 교습을 권했다”고 말했다. 국립대 교원 신분으로는 현행법상 개인 교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강사나 대학원생에게 교습을 맡긴 것이다. 학생들은 이들을 ‘중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한예종 입학이 꿈인 학생 대부분 이 교수의 제안을 거부하지 못하고 ‘중간 선생님’에게 교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교수가 학생들 교습에 참여하지 않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교습을 하고 거액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입시 2, 3개월 전이 되면 ‘중간 선생님’에게 ‘교습을 그만하라’고 한 뒤 학생들을 넘겨받아 시간당 15만 원이 넘는 돈을 받고 가르쳤다. 이 교수는 이런 수법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000여만 원을 벌어들였다. 이 교수는 주변 시선을 따돌리기 위해 ‘중간 선생님’들에게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소문을 내라고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시간강사가 교습을 한다고 소문이 나 있어 이 교수는 안심하고 불법 교습을 할 수 있었다”며 “일부 학생은 시험 직전 하루에 3, 4차례 불법 교습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수험생 사이에서는 한예종 영재교육원에 들어간 다음 교수에게 집중 교습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 있어 불법 교습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 A 씨는 “교복을 입은 중고교생이 교수실에 드나들면 불법 교습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지만 영재교육원이나 예비학교 학생은 이런 시선을 피할 수 있어 이 교수가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재교육원은 음악, 무용 분야 등에서 한 해에 초중고교생 100여 명을 선발해 무료로 교육하는 한예종 부설 기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설치 승인에 따라 2008년 설립됐다. 예비학교는 영재교육원보다 앞서 설립돼 영재교육원과 함께 예술 영재 교육을 담당했지만 2009년 감사 결과 예비학교 선발 시험에서 교수들이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고 영재교육원과 기능이 겹친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해 초 폐지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