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대문구 ‘복지 협찬시대’

  • 동아일보

지역 종교단체-기업 연계 ‘100가정 보듬기’ 성공
區는 예산 절감… 참여기관들 “온정의 기회 감사”

복지 포퓰리즘의 부작용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의 곳간이 텅텅 비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0∼2세 무상보육에 필요한 수천억 원대의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돈은 없고, 복지는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협찬’으로 해결하는 지자체가 있어 화제다.

복지사업의 협찬시대를 연 곳은 서울 서대문구. 구는 지난해부터 ‘100가정 보듬기’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외에 지자체로부터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을 관내 종교시설이나 회사, 개인 등과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구가 ‘복지중개업’을 자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지난해 구 예산 2560억 원 가운데 복지예산은 전체의 34.6%에 이르는 888억 원이었다. 올해는 이보다 늘어 951억 원 수준이다. 이를 충당하려면 다른 사업 예산을 깎아야 하는 형편이다.

과연 후원만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지만 한 달에 30만∼50만 원씩 100가구에 지원해주며 들어간 지난해 예산 2억3000만 원은 전액 협찬으로 해결했다. 구청장을 비롯한 전 직원도 교회나 성당, 회사를 방문할 때마다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청하자 입소문이 퍼지며 후원 단체와 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었다.

현재 100가정 보듬기 사업에 참여한 수혜자는 물론이고 후원자들의 호응도 높다. 후원자로 나선 연희동 원천교회 문광원 목사는 “비록 작은 정성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희망의 불빛이 된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며 “이웃을 돕고 싶어도 몰라서 못 도왔지만 구가 연결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문 목사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 이영숙(가명·59·여) 씨는 “식당일을 하다 디스크 수술 때문에 장애 판정까지 받아 생계를 해결하기도 어려웠다”며 “자포자기 심정이었지만 후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100가구를 추가로 발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복지 협찬#서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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