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중호 신부 “십시일반 격려 힘 얻어 의료봉사 다시 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30일 03시 00분


‘거룩한 우울증’ 김중호 신부의 ‘거룩한 약속 실천’

지난해 본보와의 인터뷰 이후 5개월 만에 우울증이 거의 완치된 김중호 신부가 25일 여동생의 집에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아래는 김 신부가 후원금을 보내온 독자들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해 본보와의 인터뷰 이후 5개월 만에 우울증이 거의 완치된 김중호 신부가 25일 여동생의 집에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아래는 김 신부가 후원금을 보내온 독자들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해 12월 동아일보를 통해 소개된 ‘제2의 이태석 신부’ 김중호 신부(76)가 ‘봄이 오면 건강을 회복해 다시 의료봉사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서울대 의대 출신의 의학박사인 김 신부는 1973년부터 2007년까지 35년간 국내외 빈민촌을 다니며 무료 의료봉사를 해오다 은퇴 직후 찾아온 우울증으로 투병해 왔다.

김 신부는 지난해 인터뷰 이후 꼭 5개월 만인 23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기사가 나간 뒤 지인은 물론이고 이름 모를 후원자들로부터 따뜻한 격려가 이어졌고 덕분에 병이 거의 완치됐다”고 밝혔다. 25일 서울 성동구 여동생 집에서 다시 만난 김 신부는 여전히 검은 사제복 차림이었지만 표정은 한결 밝아 보였다. 그는 “예상치 못한 많은 격려에 ‘아직 내가 할 일이 많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투병 이후 집에만 머물던 그는 매일 한 시간씩 걷기 운동을 했고 사람들도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책도 싫고 음악도 싫었는데 이제는 다시 읽고, 듣고 싶다. 사람들도 보고 싶어졌다”며 “자연스레 우울증이 완치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번 주부터는 자신이 35년 전 처음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전진상의료원으로 돌아가 호스피스 병동을 보살피는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김 신부는 “죽음을 앞둔 분들께 의사이자 신부로서 도울 일이 반드시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김 신부의 외조카인 이도성 씨(37·정형외과 전문의)도 보도 이후 삼촌의 뒤를 이어 정기적으로 전진상의료원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좋아진 것은 김 신부의 건강만이 아니었다. 김 신부의 사연이 소개된 뒤로 가톨릭학원 사회복지법인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801-429414, 문의전화 02-2258-8341∼2) 앞으로 후원금이 쇄도했다. 지금까지 모인 액수는 총 3200만 원. 정기적으로 매달 돈을 보내오는 후원자도 생겼다. 후원금은 김 신부가 직접 판단해 필요한 지역으로 배분하고 있다. 재단법인 권정순재단에서 보내온 2000만 원은 몽골의 무료진료소로 보내져 약값과 수술비용으로 사용됐고 일반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500만 원은 콜롬비아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류희숙 수녀에게 전달돼 약품 구매에 쓰였다. 때마침 콜롬비아로 약값이 전달된 이달 24일은 김 신부의 생일이기도 했다. 김 신부는 “내 생애 가장 뜻 깊은 생일선물”이라고 했다. 아직 계좌에 남아 있는 700만 원과 앞으로 추가로 들어올 후원금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역에 지원할 예정이다.

김 신부는 “일일이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하지만 후원자들이 연락처나 이름을 남기지 않은 경우가 많아 그러지 못했다. 보내주신 돈이 소중하게 잘 쓰이고 있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7일자 동아일보 1면에 실린 김중호 신부 인터뷰 기사.
지난해 12월 7일자 동아일보 1면에 실린 김중호 신부 인터뷰 기사.
기명 후원자에게는 직접 감사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용기를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종교에 관계없이 도움을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후원자들의 지지로 저는 우울증이 거의 완치 단계에 있습니다. 이제 여유가 더 생기면 동남아시아의 시골을 찾아보려 합니다”라고 적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김중호 신부#의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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