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힐에 지쳤어”… ‘운도녀’가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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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회사 근처에서 직장인들이 정장에 운동화를 신은 채 출근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회사 근처에서 직장인들이 정장에 운동화를 신은 채 출근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전가영 씨(34·서울 노원구)는 두 달 전부터 출퇴근 때마다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는다. 구두는 가방에 넣어서 사무실에 보관해 놓고 있다가 꼭 필요할 때만 꺼내 신는다. 평소 높은 굽의 구두만 신어온 전 씨가 정장 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운동화를 과감하게 신게 된 것은 지하철에 서 있는 것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기 때문. 전 씨는 “처음에는 운동화가 튀어서 신경이 쓰였지만, 발이 편해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짬이 날 때마다 손쉽게 운동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매우 커서 더는 모양새를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치마 또는 바지 정장에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이른바 ‘운도녀’(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도시여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을 가보면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광화문, 강남 일대에는 점심시간마다 운동화를 신고 산책하는 직장 여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울 강남의 한 패션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설수영 씨는 “강남지역 직장 여성들이 정장에 운동화를 ‘믹스매치’(서로 다른 느낌의 대조적인 아이템을 섞는 것을 뜻하는 패션용어)하며 시작된 패션이 이제 어엿한 ‘오피스룩’으로 정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설 씨가 근무하는 회사의 여직원은 거의 전원이 운동화를 신고 출근할 정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여성들 사이에서는 굽이 10cm가 넘고 앞코가 뭉뚝한 ‘킬힐’이 인기였다. 하지만 높은 굽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화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백화점에서 킬힐과 하이힐의 매출은 떨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킬힐이나 ‘펌프스(발등을 덮고 굽이 있는 정장용 구두)’의 매출은 8% 감소한 반면에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운동화나 스니커즈, 플랫슈즈의 매출이 각각 10% 이상씩 늘었다.

운도녀가 늘어나자 스포츠용품 업계는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직장여성을 위한 별도의 신발주머니도 나올 예정이다. 화승의 변재은 용품기획팀장은 “운동화나 구두, 화장품을 모두 수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신발주머니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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