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관광성 외유를 자제하자더니….” 19대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경남지역 지방의원들이 줄줄이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선진지 견학 또는 교환방문이라는 명분이지만 일정과 규모는 ‘아니올시다’이다. 지방의원뿐 아니다. 의회 사무처 공무원도 쉬쉬해가며 여행에 나섰다.
사천시의회 의원 9명은 13일 인도와 네팔 여행을 떠났다. 수행 공무원은 의회 사무국장 등 6명. 이들은 3000여만 원으로 불교유적지와 생태마을 등을 둘러보고 23일 귀국한다. 합천군의회 의원 8명과 사무국 직원 7명 등 15명은 16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왔다. 지역 주민들은 최근 갑작스러운 강풍으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이다. 동행하는 공무원은 왜 그리 많은지….
아우에게 지고 있을 형이 아니다. 경남도의회 한중친선연맹 소속 도의원 11명과 공무원 5명 등 16명은 공식 여비만 1500만 원을 들여 17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 저장(浙江) 성의회와 상하이(上海) 등지를 다녀왔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중국 여행을 했다.
한일친선연맹 소속 도의원과 의회 공무원 20명은 23일부터 25일까지 일본 후쿠오카(福岡) 의회 등지를 다녀온다. 외유단에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무소속 의원이 섞여 있다. 한 도의원은 “시기나 규모 면에서 도민 시선이 따갑겠다”고 말했다.
앞서 경남도의회 사무처장과 운영특별전문위원실 수석전문위원 등 6명이 1800만 원을 들여 유럽으로 떠났다. 이들은 11일 동안 루마니아 불가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 7개국을 둘러봤다. 공무원만으로 해외여행단을 꾸린 것은 이례적이다.
경남도의회 관계자는 “주로 견학이며 비용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원이 너무 많고 관광지 중심으로 일정을 짠 것 아니냐”는 질문엔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대규모로 경남도의회를 찾아온 외국 지방의회가 언제 있었는가. 경남도의회는 올해 여비 1억 원을 들여 상임위별 해외여행을 따로 할 예정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마다 재정난으로 비상이다. 공무원 급여 인상분을 반납하는 곳도 있다. 경남도 역시 형편이 넉넉지 않다. 무엇보다 경남도는 최근 몇 년 사이 청렴도 평가에서 하위권을 맴돌았다. 뇌물이나 청탁을 받는 것만 문제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혈세(血稅)로 불리는 국민 세금을 올바르게 집행하고 아끼려는 자세, 그것은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복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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