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조현오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김기용 경찰청 차장(55)이 16일 내정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경찰위원회 추천을 받아 이같이 결정했다. 경찰위원회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김 내정자를 3시간가량 면접한 뒤 임명동의를 의결했다. 김 내정자는 한 달 안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경찰청장에 임명된다.
○ 검정고시 출신으로 행시 합격
김 내정자는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중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독학해 경찰의 최고 수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김 내정자가 경찰청장에 임명되면 첫 검정고시 출신 경찰 수장이 탄생한다. 1974년 경찰이 내무부에서 나와 독립적 기관이 된 이래 15명의 치안본부장과 16명의 경찰청장이 있었지만 충북 출신으로도 김 내정자가 처음이다.
김 내정자는 9급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으로 근무하며 한국방송통신대(경영학과) 공부를 병행했다. 그러다 1986년 행정고시(30회)에 합격해 동력자원부(현재 지식경제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5년간 사무관으로 근무한 뒤 1992년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그는 2010년 9월 서울경찰청 보안부장(경무관)에서 충남경찰청장(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이후 올해 1월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지 3개월 만에 경찰청장(치안총감) 후보자로 발탁됐다. 1년 7개월 만에 세 단계, 3개월 만에 두 단계 수직 상승한 초고속 승진이다.
김 내정자는 튀지 않는 무난한 성품 덕에 결정적 순간에 경찰 수장에 발탁됐다는 분석이 많다. 당초 유력한 후임 청장으로 꼽혔던 이강덕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영포라인’으로 분류된 데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당시 보고 라인에 있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팀장(2008년 3월∼2009년 2월)을 지낸 점이 고려돼 제외됐다. 김 내정자는 충북 출신으로 지역색이 강하지 않고 고시 출신이어서 경찰 조직 내 계파가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외유내강 리더십” vs “조직 장악력 약해”
김 내정자는 일단 결정한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불합리한 업무 처리나 직원 비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응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계급이 낮은 실무 직원들의 이름과 업무를 세심하게 기억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리더란 평가도 많다. 김 내정자의 성과로는 2011년 충남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일선 경찰서에 고객감동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 상반기 112신고 대국민만족도와 성과지표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이 꼽힌다.
다만 업무 경력이 정통 수사가 아닌 보안 정보 분야에 편중돼 있어 경찰 조직 전반의 업무를 단시간 내 파악하고 소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조직 장악력이 다소 약하다”는 비판 여론도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 내정자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찰청장에 내정된 소감을 묻자 “아직은 내정자 신분이라 소감을 말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 내정자는 부하 직원들에게도 “개인사가 언론에 흘러나가 미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입단속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 지도력 공백 극복이 과제
김 내정자가 경찰청장으로 임명되면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권 말기에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특히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과 잇단 경찰 비리로 경찰청장과 경기경찰청장 등 핵심 수뇌부가 빠지는 지도력 공백상태를 빨리 추스르는 게 급선무다. 김 내정자는 이날 경찰위원회 참석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어렵고 민감한 시기에 경찰청장에 내정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무너진 경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김기용 경찰청장 내정자 프로필
△1957년 충북 제천 출생 △행정고시(30회) 합격 △경정 특채로 경찰 입문 △충남지방경찰청장 △경찰청 경무국장 △경찰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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