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씨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인(死因)은 익사. 하지만 익사 원인이 자살인지, 실족사인지, 타살인지 어느 쪽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단서가 없어 경찰 수사는 답보 상태다. 사고 당시 목격자와 폐쇄회로(CC)TV 장면이 없기 때문이다.
○ “타살 가능성은 낮다”는 경찰 주장에 유족도 동의
경찰은 13일 우선 타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시신에 목 졸림에 따른 질식사나 둔기 흔적, 타박상 등 타살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누군가가 문 씨를 밀어 호수에 빠뜨렸다면 빠지는 순간 손톱 등에 저항한 흔적이 남을 수 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 씨 아버지(47)도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부검을 지켜봤다. 몸에 반점 하나 없는 것으로 볼 때 타살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문 씨와 주변 인물 간 휴대전화 통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기록과 호수에 빠진 경위 및 당일 행적은 계속 분석하기로 했다. 실족했다면 본능적으로 물에서 허우적댔을 법한데 시신 발견 당시 문 씨 귀에 이어폰이 그대로 끼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 실족사, 자살 가능성 모두 수사
경찰은 실족사와 자살 가능성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 현재로선 실종 당일 집에 오기 직전 친구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에서 중간고사와 대학 편입 걱정만 했을 뿐 별다른 자살 징후는 없었다. 올 초부터 쓴 일기장에도 부정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친구나 가족에게 “편입 문제로 학점을 잘 따야 된다” “두 달 전부터 다이어트를 하는데 속이 안 좋다”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 내용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집을 나선 뒤 문 씨는 “산책 중인데 곧 집에 가겠다”라고 말한 점에 대해서도 자살징후와 관계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도 없었다.
경찰은 높이 1.3m가량인 대천공원 호수 펜스를 넘은 뒤 호수 계단에서 쉬거나 음악을 듣는 주민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문 씨가 물에 빠진 휴대전화를 찾으려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추정하고 있다”며 “문 씨가 수영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호수에 빠진 뒤 올라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문 씨를 누군가가 밀었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지만 최근 비가 많이 내려 호수 펜스 지문 채취가 불가능해 이 점을 밝히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휴대전화가 물에 빠지면 기지국과 신호가 끊어진다. 하지만 문 씨 휴대전화는 실종 이후 신호가 잡히지 않다가 9일 낮 12시 8분, 같은 날 오후 5시 47분, 다음 날 오후 4시 18분에 5∼9분가량 해운대교육지원청 인근 기지국에서 신호가 잡혔다. 경찰이 추정하는 대로 4일 밤이나 5일 새벽 문 씨가 익사했다면 물속에서 어떻게 신호가 잡혔는지 의문이 든다.
경찰은 “이날 문 씨가 가입한 이동통신사에 문의했더니 종료 버튼을 끄지 않고 물속에 빠뜨렸거나 배터리를 강제로 빼낼 경우 기지국 신호가 잡힐 가능성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일단 통신사의 기술적 오류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2일 오후 4시 33분 호수에서 문 씨의 휴대전화를 건져내고 1시간가량 뒤인 오후 5시 37분경 다시 한 번 기지국 신호에 잡혔다. 경찰은 신호 부분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이날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이동통신 3사에 공식 질의서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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