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쇼, 돌고돌아 재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돌고래쇼 폐지 3주… 재개 요구에 고민 큰 서울시

《 서울동물원 돌고래쇼가 중단된 지 2주가 지난 이달 1일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해양관. 조련사를 따라 나온 돌고래가 관객들을 향해 꼬리를 곧게 세우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포물선을 그리는 멋진 점프에 ‘와’ 하는 아이들의 함성이 터졌다. 지난달 18일을 끝으로 돌고래쇼는 열리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앞바다에 방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부터다. 서울동물원은 돌고래쇼 대신에 하루에 3번 10분가량 ‘생태설명회’를 연다. 돌고래쇼를 보고 싶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돌고래에 대한 지식을 설명해 주고 가끔씩 점프도 하게 한다. 》
이진선 씨(35·여·서울 동작구)는 “동물원은 서울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동물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동물 학대라는 측면도 있지만 교육적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물 학대’냐, ‘동물 복지’냐를 떠나 돌고래쇼 중단을 아쉬워하는 시민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서울동물원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18일까지 관람객은 4만9788명으로 2월(1만9394명)보다 2.5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3월 한 달간 관람객을 합친 4만5330명보다도 1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동물원 관계자는 “돌고래쇼가 중단된다는 소식에 아이 손을 잡고 찾은 가족이 많았다”며 “지난해 서울동물원 관람객 400만 명의 15%가 돌고래쇼를 봤는데 올해는 20%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마지막 돌고래쇼를 보기 위해 17일에는 7289명이, 18일에는 8923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이전 주말인 10일(4816명), 11일(1917명)보다 크게 늘었다.

박 시장이 불법 포획한 돌고래를 풀어주자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된 돌고래쇼 폐지 논란이 사회적 갈등만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갈라진 찬반양론이 쉽사리 모아지지 않고 있다. 3일 서울시청공무원 노동조합 대공원지부는 “쇼 중단에 항의하는 시민을 통해 우리가 체감하는 여론은 돌고래 공연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일부 시민단체 의견이 서울시민 대다수의 의견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동물복지협회·동물자유연대는 “한 시간에 32km가 넘는 속도로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를 좁은 공간에 가둬놓는 것 자체가 학대”라며 “노조가 일자리 걱정만 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4·11총선 이후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통해 돌고래쇼 지속 여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또 시민 100여 명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여는 등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돌고래쇼 폐지 여부를 이달 안에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돌고래쇼#서울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