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토막사건 경찰 늦장 대응… “저러고도 경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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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6일 1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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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토막사건 피해자의 신고 상황 녹취록 (출처= 동아일보)
수원 토막사건 피해자의 신고 상황 녹취록 (출처= 동아일보)
“제가 다 분통이 터지네요. 저러고도 경찰인가요?”
“녹취록 보고 화가 났습니다. 주소 모르면 찾지도 못하는 경찰 어이없네요”

경기 수원시 주택가에서 발생한 ‘수원 토막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던 녹취록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경찰의 늦장 대응도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무엇보다 급박한 상황에서 조차 ‘주소’를 요구하는 경찰에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일 피살된 A 씨(28ㆍ여)는 살해되기 직전 경찰에 신고를 통해 1분20초 가량 상세하게 범행 장소를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 80초동안 신고를 받은 경찰은 마지막에 피해자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도 “주소 다시 한 번만 알려주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고 신고 접수 10시간 뒤인 2일 오전 경찰은 탐문 수색을 하다가 주변 상가 주인으로부터 “부부싸움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제보를 듣고 결국 우모 씨(42ㆍ구속)를 체포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의 늑장 대응과 해명이 상당수 거짓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의혹까지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피해자 A 씨는 ‘지동초등학교’와 ‘못골놀이터’라는 구체적인 장소를 여러 번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장소는 모른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A 씨가 신고한 당시의 녹취록 중 일부다.
▽신고자: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
▽접수자: 지동초등학교에서
▽신고자: 못골놀이터 가기 전요
(중략)
▽신고자: 내가 잠깐 아저씨 나간 사이에 문을 잠갔어요
▽접수자: 들어갈 때 다시 한 번만 알려줄래요?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는 소리)
▽신고자: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접수자: 여보세요. 주소 다시 한 번만 알려주세요

녹취록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분개했다.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 시간대별 상황(출처= 동아일보)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 시간대별 상황(출처= 동아일보)
네티즌들은 “급박한 상황에서조차 또렷하게 말하려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오는 것 같다. 그런데 경찰은 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라면서 “정말 내가 다 답답하고 분하다. 환장하겠다”고 경찰을 비난했다.

그러자 커뮤니티 사이트들에 주소조차 모르는 경찰 많다는 ‘제보’가 다수 올라왔다.

“주택가 골목인데 번지수 불러줘도 동네와서 거기가 어디냐고 전화가 또 와요”, “저도 집에 도둑맞고 신고했는데 단독주택은 거의 못 찾더군요. 에혀~”, “지구대 경찰이 주소를 모르고 있으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죠” 등으로 네티즌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네티즌들은 “민주주의가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경찰이 아직도 후진국 수준의 대응이라면 큰 문제다”면서 “이번 기회에 신고 대응 매뉴얼 등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쇄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20대 여성이 피살된 ‘수원 토막사건’은 범인 우 씨가 길을 가다 A 씨와 어깨를 부딪친 후 시비를 벌였고 말싸움 끝에 A 씨를 집으로 끌고 들어가 성폭행 하려다 둔기로 내리치고 살해했다. 또 피해자의 사체를 토막내 여행용 가방 등에 담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동아닷컴 도깨비뉴스 김동석 기자 @kimg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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