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몰카로 모든 패 볼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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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카지노 몰래카메라 설치 사건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사기도박 일당이 어떤 방식으로 돈을 따 간 것인지에 경찰의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카드박스에 초소형 무선 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여러 장의 카드를 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도박단이 쓴 수법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황이다. 강원 정선경찰서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당시 바카라 게임에 사용된 카드를 30일 강원랜드로부터 넘겨받은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카드도박 전문가들은 카메라 외에도 특수 형광 물질이 동원됐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사설 카지노 게임장 운영 경험이 있다고 밝힌 김모 씨(54)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카드박스에 카메라를 설치해 패를 읽는 것은 5, 6년 전부터 사용돼 온 방법”이라며 “카메라가 옆면에 특수 형광 물질이 발라진 카드를 식별한 뒤 전송하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모든 패를 판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랜드의 바카라 카드박스에는 52장 6목 총 312장의 카드가 들어간다. 또 다른 312장의 카드를 번갈아 가며 사용하기 때문에 한 게임대에서 사용되는 카드는 624장. 같은 카드를 하루 종일 사용한 후 폐기하기 때문에 김 씨 주장대로 카드에 표시가 돼 있고 이를 판독할 수 있다면 해당 카드가 사용된 날 승률 100%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비스듬하게 놓인 카드대 속에서 약간의 틈을 두고 놓여 있는 카드 여러 장을 카메라로 읽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경찰은 카드 간 틈이 너무 좁아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또 “사설 게임장에서는 무선호출기(일명 삐삐)를 통해 진동이 오면 플레이어 측에, 진동이 안 오면 뱅커 쪽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베팅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는 무선 진동리모컨과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카메라가 발견된 26일 이후에도 강원랜드 카지노는 여전히 많은 입장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27∼29일 1일 입장객은 6240∼6584명으로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이번 사건이 일반 고객에게는 직·간접 피해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바카라는 고객 대 고객의 게임이 아니라 고객 대 카지노의 게임이기 때문에 사기도박 일당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땄더라도 피해는 고객이 아니라 카지노가 보게 된다.

2000년 10월 개장 이후 처음 몰래카메라 사건을 접한 강원랜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강원랜드는 이날 상무 및 본부장급 9명의 집행임원에 대해 일괄 사직서를 받았다.

경찰은 이날 사건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모 씨(57)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 씨를 체포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카지노 객장 폐쇄회로(CC)TV 자료 분석을 통해 직원 황모 씨(42)에게 카메라가 설치된 카드박스를 바카라 게임대에 운반해 달라고 요청한 이 씨를 확인했다. 당시 게임대에 같이 있던 고객들에 대해서도 가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2009년 2월부터 이 씨로부터 수익금의 10%를 받기로 하고 22차례에 걸쳐 카메라가 설치된 카드박스를 바카라 게임대로 운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원랜드 직원 황 씨와 김모 씨(34)를 사기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30일 구속했다.

정선=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카지노#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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