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진동한 환경공단 공사 발주… 심의위원 절반이 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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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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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업체들, 턴키공사 따내려 ‘전방위 로비’

턴키공사(일명 설계시공 일괄입찰) 수주 과정에 편의를 제공하고 시공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한국환경공단 임직원과 대학교수 공무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인천지검 특수부(문찬석 부장검사)는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공사의 설계평가를 잘 봐달라는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설계분과 심의위원 23명을 입건해 이 중 공단 전 본부장 A 씨(58) 등 13명을 구속 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심의위원들에게 뇌물을 준 대기업 계열 건설회사 6곳의 임직원 17명은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거나 약식 기소했다.

한국환경공단은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설치 공사와 소각장, 하수처리장 등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시설 공사를 대행하고 있다. 공단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자체로부터 공사를 위탁받아 업체를 선정하고 공사 후 시험운행까지 마친 뒤 시설을 인계한다.

이 과정에서 시공업체는 심의위원에게 수시로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공사를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업체들은 50명의 심의위원을 대상으로 일대일 전담직원을 지정한 뒤 수시로 만나 금품을 제공하고 식사와 술, 골프 접대를 했다.

심의위원은 공단 임직원과 대학교수, 공무원들로 자신이 후한 점수를 줘 공사를 수주하면 해당 업체로부터 1000만 원에서 최고 7000만 원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포항시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설치사업 공사의 경우 심의위원 12명 중 10명이 3개 업체로부터 금품을 챙겼고 단 2명만 로비를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의위원들은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 담당 임원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 식당이나 승용차 안을 가리지 않았고 자신의 집 앞, 교수 연구실에서도 금품을 챙겼다.

건설회사들은 금품을 제공한 후 1등 점수를 주지 않았더라도 심의위원에게 돈을 돌려받지 않았다. 50명의 심의위원이 다른 공사 발주 때 다시 심의위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에 든 것.

이번 비리에는 심의위원으로 활동한 공단 임직원 10명, 특허청 공무원 2명, 전 포항시 및 서울시 공무원 각각 1명, 부산과 창원, 서울 소재 대학교수 등이 대거 포함됐다.

인천지검 김호철 2차장 검사는 “공사비 등을 부풀린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턴키 심사위원 로비 자금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결국 국가 예산과 국민의 세금이 낭비된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국환경공단 측의 뇌물수수가 더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하는 턴키공사는 최근 2년간 1조940억 원에 달하고 건당 사업비는 150억 원에서 2000억 원에 이른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건설#기업#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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