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베트남 참전용사 권중석씨의 ‘아름다운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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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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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전 마음의 빚 100배로 갚습니다
귀국하며 탄피 들여와 팔고 꾀병 부리며 전투수당 챙겨
이자 얹어 1840만원 갚기로

1968년 맹호부대 운전병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권중석 씨(66·강원 삼척시 정라동·사진)는 1년간 근무를 마치고 다음 해 귀국하면서 105mm포 탄피 100개를 몰래 들여왔다. 버려진 물건이었지만 반출이 금지된 품목이었다. 이 물건을 부산항으로 들여온 권 씨는 당시 돈으로 7만 원을 받고 고철업자에게 팔았다. 그러나 이 일은 마음의 빚으로 평생 권 씨를 따라다녔다.

권 씨는 26일 인하대병원에서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베트남인 탄따이 씨(24)의 치료비로 840만 원을 송금했다. 당초 베트남에서 몰래 빼내 온 물건에 대한 손해 배상 차원에서 베트남 정부에 돌려줄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한 종교신문에 난 탄따이 씨의 사연을 보고 삼척시 사회복지과에 기부 절차 및 방법을 문의한 뒤 이날 돈을 보냈다. 당시 수익금 7만 원의 현재 가치를 100배로 환산했고 이자 명목으로 20%를 더해 액수를 정했다.

권 씨는 또 베트남 복무 당시 꾀병으로 6, 7개월 동안 병상 생활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열대의 더위를 견디지 못해 엄살을 부렸던 것. 그런 가운데 전투수당은 꼬박꼬박 지급됐다. 이때 챙긴 수당은 8만4800원. 권 씨는 이 수당을 미국에 돌려주려고 삼척시를 통해 미국대사관에 문의했다. 수당의 100배에 해당하는 848만 원에 약 20%를 얹은 1000만 원을 돌려줄 계획이다. 삼척시 관계자는 “이 같은 기부는 전례가 없던 일이어서 외교통상부와 미국대사관 측이 당혹해하는 눈치였다”며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권 씨는 전역 후 건설업을 하며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 없이 지냈지만 자가용이나 휴대전화를 소유하지 않을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아프리카 주민을 돕는 데 매달 후원금을 내는 등 기부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월드비전 삼척시회 주최로 열린 ‘기아체험 난민 걷기대회’에도 익명으로 1000만 원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권 씨는 “이것은 기부가 아니라 밀반출해온 물건에 대해 뒤늦게 배상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돈을 갚지 않으면 전사한 동료와 선열들을 죽어서도 볼 낯이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기부#베트남전#참전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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