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컨설팅 원장 오모 씨가 위조해 피해자에게 보낸 서울대 합격자 증명서.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전남 목포에 사는 서모 씨(49·여)의 소원은 고3 딸이 서울 유명 대학에 가는 것. 하지만 딸의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해 12월 지인의 소개를 받았다며 서울의 A 대학입시컨설팅 원장 오모 씨(45)가 전화로 서 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오 씨는 “특별전형 합격생 중 등록하지 않은 학생 대신 딸을 합격시켜 주겠다”며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고르고 등록금을 입금하라”고 했다. 서 씨는 망설임 없이 서울 유명 대학 3곳의 등록금과 기부금 등 1억 원을 오 씨에게 건넸다.
서 씨는 오 씨로부터 성균관대 대학 봉투에 담긴 정치외교학과 합격증서를 받았다. 3월 서 씨는 딸과 함께 입학식까지 참가했다. 하지만 서 씨의 딸은 신입생 교양과목 개강 첫날 출석부에 자신의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대학입시컨설팅 사무실을 운영하며 학부모들을 상대로 자녀를 유명 대학에 특별전형이나 기부입학 전형으로 입학시켜 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은 혐의(상습사기 등)로 오 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 씨는 2005년 6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등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며 피해자 10명으로부터 20억 원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오 씨는 중학교 졸업앨범 등에서 6만5000여 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학부모들에게 ‘부정입학’을 권유하고 해당 총장 명의로 된 위조 서류를 해당 대학의 서류봉투에 담아 보내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속였다. 오 씨에게 속은 학생 중에는 대학 입학을 포기하거나 한 학기 동안 속은 걸 모른 채 대학을 다닌 학생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수억 원을 뜯긴 피해자도 부적절한 입학 청탁으로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신고를 못했다”며 “오 씨의 통장거래 내용을 볼 때 피해자가 50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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