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분원 설치 계획이 백지화되자 그동안 유치운동을 벌였던 충북도와 대구시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충북 청원군 오송과 대구가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로 복수 선정된 뒤 이들 지자체는 국립암센터 분원 유치를 ‘첨단의료복합단지 성공의 열쇠’로 보고 유치 경쟁에 나섰다.
국립암센터는 2일 기자회견에서 “기존에 검토하던 지방분원 설치 대신 현재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본원 병동을 증축하고 국제암전문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14년까지 486억 원을 투자해 300병상을 신축할 방침이다. 계획대로 완화의료병동 임상시험병동 갑상샘병동 소아암병동이 들어서면 모두 812병상을 갖춰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암전문병원이 된다.
또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신청한 국제암전문대학원대 설립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개발도상국에 보낼 암관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주력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발표는 국립암센터가 2008년부터 검토한 지방분원 설치안을 뒤집는 내용이다. 국립암센터는 일산동구 본원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분원을 만들 지역을 물색해왔다. 김대용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은 “지난해 5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용역조사를 한 결과 연구기능 이원화 등 문제점이 예상돼 본원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충북도는 발끈하고 나섰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2일 대책회의를 열고 “오송이 가장 유력한 분원 후보 지역으로 꼽혔는데 갑자기 본원 확장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분원 유치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여온 충청 주민들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충북도의회도 이날 임시회를 열고 분원 설치 재추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도의원들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들끓는 영남권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분원을 대구에 설치하려다 아예 오송도 못하게 어깃장을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대구시는 동구 첨단의료복합단지에 6만 m² 이상을 암센터 분원 예정 터로 정하고 홍보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 경북지역 암환자의 40% 이상이 국립암센터 등 수도권 의료기관을 찾는다. 지방 환자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분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센터 분원 유치 경쟁은 보건복지부가 2009년 대구와 오송을 첨단의료복합단지로 공동 지정하면서 본격화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5월 “타당성 연구용역 당시 암센터 분원 입지 후보로 대구와 오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최종 보고서에는 후보 지역의 입지 분석을 아예 뺐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파장이 예상돼 뺀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국립암센터는 “이미 전국에 12개의 상급종합병원과 협력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분원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