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들이 단독판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 중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관 재임용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판사회의가 17일 서울중앙지법 등 서울지역 3개 법원에서 열렸다.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사태 이후 3년 만이다. 이날 회의는 최근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 소식으로 촉발됐지만 논의는 법관 평가제도와 재임용제도에 한정됐다.
이날 오후 열린 단독판사회의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전체 127명 중 70명, 서울남부지법 30명(전체 39명), 서울서부지법 16명(전체 23명)이 참석했다. 단독판사는 대부분 30, 40대 초반이다.
이날 의제는 ‘연임심사제도의 제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논의’ ‘근무평정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논의’ 등 두 가지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을 맡은 이정호 판사는 3시간의 열띤 토론이 끝난 7시 37분 2가지 주장을 담은 결의문을 공개했다.
결의문은 “첫째, 우리는 이번 연임심사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재판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에 관해 인식을 같이한다. 둘째, 현행 근무평정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연임심사제도는 객관성 투명성이 담보되고 방어권이 보장되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판사는 “서 판사 내용은 언급은 됐지만 의제가 아니어서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머지 지방법원도 비슷한 취지의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결의문은 각 지방법원장에게 제출된 뒤 대법원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의견을 모아주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필요한 것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서부지법의 한 판사는 “회의는 대체로 차분하게 진행됐다”며 “연임심사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판사들이 소명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단독판사는 “10년 가까이 판사로 근무했지만 나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판사는 “그렇다고 해서 근무평정 결과를 매년 공개하면 오히려 평가자의 눈치를 보게 돼 법관의 독립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2004년 법관이 신청하면 자신의 근무평정결과 요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가 평정에 따른 불필요한 인사잡음과 낮은 평가를 받은 법관의 사기저하 등을 이유로 이듬해 곧바로 관련 규정을 삭제했다. 결국 근무평정 공개는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번 단독판사회의를 시작으로 판사회의는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일에는 의정부지법에서, 21일에는 수원지법과 광주지법에서 단독판사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특히 20일 대전지법에서는 단독판사뿐 아니라 배석판사도 참여하는 평판사회의가 소집됐다.
반면 사태가 확산될 소지는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단독판사는 “대부분의 판사가 서 판사 탈락이 부당하다는 것보다 기존에 관련 논의가 거의 없었던 만큼 법관 재임용제도를 지적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발표된 법원 인사에 따라 27일 인사이동이 이뤄지면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서 판사는 17일 오후 퇴임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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