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마저… “700만 관중시대 물건너가나” 야구계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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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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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주전투수 2명 경기도박 가담說 충격

환경단체 사이트로 위장한 불법 베팅 사이트 초기 화면에 추천인 ID를 입력했더니 14일 열린 프로농구 KT-동부, LG-삼성전 베팅표가 나타났다.
환경단체 사이트로 위장한 불법 베팅 사이트 초기 화면에 추천인 ID를 입력했더니 14일 열린 프로농구 KT-동부, LG-삼성전 베팅표가 나타났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국내 최대 프로 스포츠인 프로야구마저 승부 조작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승부 조작이 아닌 ‘경기 조작’이라고 애써 관련 사실을 축소하면서도 현역 선수들이 가담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68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박찬호 김태균(이상 한화), 이승엽(삼성), 김병현(넥센) 등 해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대거 복귀하며 700만 관중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프로야구 관련 승부 조작 수사가 확산될 경우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야구팬을 자처하는 회사원 이모 씨(42)는 “선수 한두 명을 매수해 불법 베팅에 관여하게 한 것은 조직적인 승부 조작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판단한 일이 아니다. 그건 열심히 땀 흘리는 선수들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말했다.

프로배구 승부 조작 수사를 맡고 있는 대구지검이 수사 과정에서 인지했다는 프로야구 경기 조작은 ‘첫 이닝 고의 볼넷’으로 불법 베팅 사이트에서만 볼 수 있는 게임이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프로야구에서도 경기 조작 가능성이 꾸준히 흘러나온 이유가 바로 이런 항목에 베팅할 수 있도록 설계해 놓은 불법 사이트의 특성 때문이다. 사이트마다 차이가 있지만 프로야구 ‘스페셜’ 항목의 경우 1회 첫 투구 스트라이크 여부, 선두 타자의 볼넷 출루 여부 등 다양한 방식의 게임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불법 베팅 사이트는 ‘승패 조작’이 아니라 단순한 ‘경기 조작’ ‘점수 조작’으로 돈을 챙길 수 있기에 이런 사이트를 근절하지 않는 이상 승부 조작도 뿌리 뽑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불법 베팅 사이트는 500개 이상, 불법 도박 규모는 최대 8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확인한 한 불법 베팅 사이트 게시판에는 “승부 조작 수사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베팅을 즐기세요”라는 관리자의 안내문이 버젓이 떠 있다. 관련 단체와 구단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승부 조작의 온상인 불법 베팅 사이트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단속을 피해 환경단체 등 엉뚱한 사이트를 표면에 내세운 뒤 추천인의 ID를 입력해야만 베팅을 할 수 있게 한 위장 홈페이지도 등장했다. 프로농구 KT-동부, LG-삼성의 경기가 열린 14일 이 사이트 스페셜 코너에는 각 팀의 첫 득점, 첫 3점슛, 첫 자유투 등이 베팅 대상으로 제시돼 있다. 농구도 선수 한 명만 매수하면 경기 조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KBO 이진형 홍보부장은 “각 구단에 정확하게 실태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만약 관련 사실이 나오면 곧바로 공개하자는 데에도 구단들과 합의했다. 현재로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당 선수가 거론된 구단에서는 “사실을 확인 중이다. 거론된 선수들은 일단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불법 사이트를 통해 베팅만 해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했다. 이 법은 16일부터 시행된다. 문화부 관계자는 불법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데다 서버가 외국에 있는 경우가 많고 지능화, 조직화돼 있어 원천봉쇄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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