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경찰 기싸움… 학교폭력 대책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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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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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 기소 놓고 연일 신경전

고개 숙인 교총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가운데)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학교폭력근절, 교원선도선언 및 여건마련요청 기자회견’에
서 피해를 당한 학부모와 유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고개 숙인 교총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가운데)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학교폭력근절, 교원선도선언 및 여건마련요청 기자회견’에 서 피해를 당한 학부모와 유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교사의 ‘직무유기’ 건에 대해 좋지 않은 선례가 남는다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의 의지가 꺾일 것입니다.”(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직무유기가 명백해 형사입건을 한 겁니다.”(경찰 관계자)

학교폭력을 수수방관한 혐의(직무유기)로 입건된 서울 S중학교 안모 교사(40)의 형사처벌 문제를 두고 교원단체와 경찰 사이의 신경전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해당 교사가 직무유기를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측 간 갈등이 깊어지는 것은 이번 사건의 결론이 향후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의 형사책임범위를 규정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입건 조사가) 무조건적인 민원과 고소 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검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할 의사가 있지만 이번 S중 교사 직무유기 건이 기소처분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직무유기의 범위에 대한 것은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선생들에 대한 경찰의 평가에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학교폭력은 학교와 경찰은 역할 분담을 해서 대응해야 하는데 만약 이번 ‘직무유기 교사’가 사법처리를 받는다면 경찰과의 긴밀한 협력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만약 (안 교사가)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우리는 소송을 통한 법적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9일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경찰을 압박한 것이다.

일선 교사들도 “경찰이 무조건 학부모 말만 듣고 수사한다면 누가 담임을 맡겠느냐”고 반발하고 있어 경찰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9일 교총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소 고발이 들어오면 절차상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원칙론을 폈던 경찰은 12일에는 “이번 양천서 사건처럼 교사의 직무유기 혐의가 명백할 때에만 입건해 조사하겠다. 확실한 혐의가 나오지 않으면 고소 고발 사건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선 “직무유기가 명명백백했다는 구성요건이 있다”며 기소 의견을 낼 방침이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안 교사의 직무유기 혐의를 둘러싸고 학교 측과 학부모 사이의 진실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 안 교사가 경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 교무수첩에 피해학생 부모의 학교 방문 일자를 뒤늦게 적어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학생 학부모는 지난해 4월 26일 학교를 찾아왔는데 이를 12일 앞당겨 14일에 찾아왔다고 교무수첩에 적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은폐를 위해 날짜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일지 기록은 직무유기의 직접 증거라기보다는 (성실하게 교무일지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황증거로서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중 교장 강모 씨(58)는 “지난해 4월 피해학생의 학부모가 교장실에 찾아오기 전 담임에게 연락해 ‘딸이 같은 반 학생에게 욕설을 듣고 따돌림 당한다’고 항의한 적이 없었는데도 몇 차례나 전화로 항의한 것처럼 말했다”며 “학부모가 교장실을 방문한 날짜에 대해서도 학부모와 (학교 사이에) 이견이 있는 상태이고 경찰 수사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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