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인천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문화체험을 하고 있는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학생들. 2일 떡볶이 요리 만들기 특별수업을 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할아버지가 한국인인 남자리나 씨(19·여)는 인천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단기 유학생 24명 중 우등생으로 꼽힌다. 남 씨는 2일 한국어수업을 끝내고 궁중 떡볶이를 만드는 요리실습을 하는 내내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인 알마티 시에 살고 있다. 그곳에서도 케이팝(K-pop)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고, ‘소녀시대’ ‘슈퍼주니어’에 매료된 남 씨는 1년 전부터 케이팝 동아리의 열성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요리실습 시간에 어떤 학생의 스마트폰에서 케이팝 음악이 잠시 흘러나오자 남 씨는 환호하며 몸을 흥겹게 흔들어댔다. 그는 쾌활한 성격답게 떡볶이 요리도 거침없이 했다.
기자는 그에게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첫째는 할아버지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말을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 케이팝 영향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아졌고, 세 번째로는 한국으로 유학 오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는 알마티에서 건설 공사를 벌이는 우림건설을 눈여겨보았다. 그래서인지 알마티 시에서 입학한 정보기술(IT)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의 한양대 토목학과를 다시 나와 우림건설에 취직하는 게 그의 꿈이다.
단기 유학생들을 초청한 인천국제교류센터 조미령 러시아담당 박사는 “이번에 처음 고려인 15명을 포함시켜 24명에게 한국 문화체험을 시키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을 너무 좋아해 도착 첫날 부평 지하상가에서 쇼핑을 하게 한 뒤 포장마차에서 간식을 먹였다”고 소개했다.
유학생들이 항공비를 각자 부담하는 대신 인천국제교류센터는 2주간의 교육비와 숙박비를 제공한다. 생활 형편이 어려운 고려인과 일부 러시아인들에게는 항공비까지 대주었다.
이들은 평일엔 오전 9시∼오후 3시 인천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는다. 정규 수업을 끝내고 힙합댄스 교육, 인천시립박물관 견학, 탁본 체험, 의료시설 투어 등을 한다. 3, 4일에는 강원 한옥에서 1박을 하고 사찰과 동해안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교육에 참가한 고려인 슈마일로바 야나 씨(19·여)는 “한글만 읽을 정도의 수준이었는데, 한국에서 짧은 교육을 받는 동안 한국어 실력이 크게 늘어난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야나 씨가 살고 있는 인천시 자매도시인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는 한국인 목사가 강사로 있던 한국교육원이 운영되다 폐쇄됐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기관을 찾을 수 없다는 것.
인천국제교류센터는 한국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러시아 및 CIS와의 교류사업을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CIS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한 뒤 옛 소련 소속 국가 중 발트 해 3국을 제외하고 11개 국가가 결성한 정치공동체.
센터 측은 지난해 한국어를 전공하는 러시아 학생을 초청했고, 올해부터 초청 대상을 크게 늘렸다. 또 러시아 문학강좌, 영화제, 음악회, 한-러 학생 포럼을 열기로 했다. www.icic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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