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대학 탐방]한국기술교육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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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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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 공생 뒷받침하는 기술교육 허브”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진경복 단장(가운데)이 직원들과 함께 새로 도입한 교육용 자재인 LED공정제어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진경복 단장(가운데)이 직원들과 함께 새로 도입한 교육용 자재인 LED공정제어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혼자 가면 죽고, 같이 가면 산다.’

인도의 성자 순다르 싱의 이야기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던 그는 눈 위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부축해 넘어 둘 다 살았다. 하지만 먼저 지나친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주고받은 체온 때문이다. 공생(共生)이다.

충남 천안시 부대동 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 산학협력단은 공생의 상징이다. 주변에 삼성전자 삼성SDI 현대제철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관련 중소기업이 밀집돼 있다. 산학협력단은 이들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뒷받침하는 ‘기술교육의 허브’로 불린다.

○ 상생의 기술교육 허브

3일 오전 이 건물 803호 강의실에서는 삼성전자 신입 설비엔지니어 기술 입문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10일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교육에 삼성뿐만 아니라 한기대 소속 국내 최고의 교수진이 강사로 나섰다. 다른 강의실에서는 충남 지역 중소기업의 자동차 전장부품 기술 교육과 한기대 재학생들의 현장 교육도 이뤄지고 있었다.

2003년 설립된 한기대 산학협력단의 역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의 능력 개발과 상생협력 모델을 추구하는 것. 2010년 한 해에만도 2만8000여 명이, 지금까지 14만여 명이 이곳에서 산학협력 교육을 받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훈련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한기대가 정부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우수 교육훈련 시설과 장비를 구축해 교육에 활용한다. 진경복 산학협력단장(53·메카트로닉스 교수)은 “경제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는 등 한국 경제가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있는 것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둔화와 전문인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를 해소하는 게 우리의 역할과 사명”이라고 말했다.

○ ‘첨단기술교육센터’가 모체

가교 모델의 모체는 2006년 9월 산학협력단이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설치한 ‘첨단기술교육센터’다. 삼성이 축적하고 있는 노하우, 한기대가 갖고 있는 기술교육 인프라가 합쳐진 국내 최초의 대학 주도형 재직자 교육훈련 센터이다. 강사진은 한기대 교수와 삼성 등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 150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 과정 중 ‘EXPERT(전문가) 과정’은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한기대가 공동 개발했다. 김진우 첨단기술교육센터장은 “교육 내용에 현장의 필요를 반영하다 보니 교육의 질이 높고 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 모델은 2010년 10월 ‘성장·고용·복지 선순환을 위한 2020 국가고용전략 회의’에서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결 우수모델 운영기관’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되기도 했다. 삼성탈레스의 협력사인 ㈜신보 김유중 책임연구원은 “삼성탈레스 간부와 우수 교수진이 직접 강의해 납품업체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 단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이루는 허브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4학년 학생들 기업체에 파견… 10개월간 장기 현장실습 실시” ▼

■ 전운기 총장 인터뷰

“짧은 역사에도 한국기술교육대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 반열에 올라섰다고 자부합니다.”

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 전운기 총장(사진)은 지난해 개교 20주년을 맞아 ‘KOREA TECH’라는 영문 브랜드를 선포했다. 한국(KOREA)과 공대(University of Technology)의 영문 단어 조합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공과대학’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전 총장이 이 브랜드를 선포한 데에는 객관적 근거가 많다. 한기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전국 4년제 대학 취업률에서 2010년 1위(81.1%), 2011년에는 2위(79.6%)를 차지했다. 지방(충남 천안)에 있는 대학으로서는 놀라운 성과다. 지난해 취업자 중 39.5%가 삼성 등 대기업에 입사했다.

전 총장은 한기대만이 가진 독특한 교육모델 덕에 높은 취업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론과 실험실습을 반반 균형 있게 배분하고 첨단 실습장비가 구비된 70여 개의 실험실을 24시간 개방해 학생들이 학업에 몰두할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기업과의 네트워크나 취업, 산학협력, 교과과정 개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총장은 “올해부터 3, 4학년 학생들을 기업체에 파견해 10개월간 현장실습을 하도록 하는 ‘기업연계형 장기 현장 실습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며 “실천공학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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