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살해’ 무기징역 구형 30대, 1심서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0일 1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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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이 구형된 3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기소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33) 씨의 어머니가 백골 상태로 자신이 운영하던 모텔의 정화조에서 발견된 것은 지난해 3월 11일.

2007년 3월 실종된 뒤 4년만에 발견된 김 씨의 어머니 시신 두개골은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고 수차례 둔기로 맞은 자국이 남아있었다.

이에 경찰과 검찰은 제3자가 여관 관계자의 눈을 피해 여관에 출입하기 어려운 점과 김 씨가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범행 동기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사업에 실패한 김 씨는 어머니가 운영하던 모텔 일을 도우며 어머니의 신용카드를 몰래 사용하다 마찰을 빚었고 여자친구 문제로 어머니와 다투기도 해 수사기관은 이를 범행 동기로 봤다.

그러나 김 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2007년 3월 11일 오전 자신에게 여관 일을 맡으라며 외출을 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또 수사과정에서 김 씨의 어머니가 살해된 곳으로 경찰 등이 추정한 모텔 수부실 등에서 혈흔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재판에서 검찰은 김 씨의 어머니가 실종되기 전 모텔에서 이들 모자의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는 주변인들의 진술과 김 씨의 어머니가 실종된 이후 정황 등을 고려하면 범인은 김 씨가 될 수밖에 없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에 피고인의 변호인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되고 피해자가 살해된 장소로 추정되는 모텔 수부실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 범행도구를 특정할 수 없는 점,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등 여러 증거를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또 검, 경이 피해자가 실종 당일 오전 6시 경 외출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을 믿지 않으면서도 이를 사건 발생 시간으로 규정한 모순을 저질렀다고도 지적하고,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뒤 체포됐다 풀려난 김 씨가 달아나지 않고 평소와 같이 생활한 점 등을 무죄의 증거로 들었다.

무죄를 선고한 대구지법 제11형사부(박재형 부장판사)는 30일 "피고인이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을 본 유일한 사람이고 피해자가 발견 당시 모텔 수부실에서 평소 입던 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텔 손님들의 출입이 잦은 시간에 대담하게 어머니를 살해하고 혼자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무게(32㎏)의 정화조 맨홀을 열어 시신을 유기했다는 것은 범행 발각을 피하려는 범인의 심리적 특성상 이해되지 않는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는 점에 관해서는 검사의 증거만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만큼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요지를 공시하라고 판결했다.

김 씨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법여울 권미혜 변호사는 "피고인의 유죄 입증은 검사에게 있고, 검사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데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하기에는 의문이 많은데도 범죄의 증명 없이 단순히 정황만을 두고 무리하게 기소했던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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