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Job Sharing)’가 국가 전체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일보는 26일 어떤 기업이 ‘잡셰어링’에 성공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노사발전재단에 의뢰해 처음 실시한 근로시간 줄이기 컨설팅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분석 결과 성공의 최대 요인은 역시 ‘노사의 어깨동무’였다.
고용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1 근로시간 줄이기 사례집’을 중소기업의 모범 가이드라인으로 보고 현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 인건비 상승 부담, 노사가 나눠야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인 임금 문제는 ‘노사 부담 배분’ 외의 해답이 없었다. 일부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근로자도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경북 영천시에서 기저귀용 통기성 필름을 만드는 한스인테크는 생산직 20명이 주야 2교대로 일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주당 근로시간은 66시간.
회사는 지난해 8월 3조 2교대를 채택해 근로자 8명을 추가 채용했다. 직원 한 명당 근로시간이 주당 15시간 가까이 줄며 임금 20%가 삭감될 상황이었다. 노사는 삭감 폭을 10%까지 줄이며 일자리를 늘렸다. 양측이 절반씩 부담을 나눈 셈이다.
경북 영천시의 한스인테크 직원들이 기저귀용 통기성 필름 생산설비 앞에서 공정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근로시간을 줄여 직원 8명을 추가 채용하고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생산성 증대로 보완했다. 노사발전재단 제공한명동 한스인테크 대표는 “아무리 근로시간이 줄어도 10% 이상의 임금 삭감은 근로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며 “조금씩 양보한 결과 생산량이 증가되는 교대제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인건비 부담은 생산성 향상으로 채웠다. 교대제 개편으로 4일 근무 후 2일 쉬는 시스템이 정착된 이후 근로자들의 휴일은 늘었지만 공장 연간 가동일은 309일에서 354일까지 늘었다. 생산량도 27% 증가했다.
사원인 우경구 씨는 “주야 맞교대였을 때에 비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며 “무조건적인 임금 동결 대신 근로자의 의견을 모아 소폭 하락을 받아들인 것이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 “근로시간 단축법을 찾아라.”
회사마다 최적의 근로시간 단축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부산지역 전자제어기판 제조사인 정민전자는 ‘근로시간저축휴가제’로 근로시간을 줄였다.
170명이 일하는 이 회사는 성수기인 상반기(1∼6월)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 이르지만 비수기에는 주당 40시간까지 떨어진다. 성수기에 ‘저축’한 근로시간을 비수기에 연차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법정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지킬 수 있었다. 류회걸 정민전자 이사는 “대기업 협력업체라는 특성상 자체적으로 물량을 조절하기 힘들다”며 “특정 시기에만 일이 집중되는 만큼 근로시간저축휴가제로 생산 물량도 맞추고 근로시간도 줄였다”고 했다.
‘집중근무시간제’를 도입한 중소기업도 있다. 경기 안양시 지오투정보기술은 야근이 잦은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오전 10∼11시, 오후 3∼4시를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했다. 이 시간에는 개인적 전화 통화나 흡연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회의와 결재, 보고 등도 자제해야 한다. 이 회사 김민창 대리는 “으레 야근한다는 생각에 업무가 늘어지다 보니 매달 70시간씩 야근을 했지만 지금은 야근시간이 25시간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 성공 포인트는 노사 합의
근로시간 줄이기에 성공한 기업은 노사 합의를 거친 후 이를 추진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스인테크는 주야 2교대제를 개편하기 전 하루 12시간 일하는 3조 2교대제와 하루 8시간 일하는 3조 3교대제 중 무엇을 선택할지 근로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회사는 대부분의 근로자가 지지한 3조 2교대제를 선택했고 생산성 향상에 성공했다. 경기 시흥시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에스엘미러텍 역시 기존 근로형태의 문제점을 묻는 설문조사를 통해 부분적으로 교대제를 손봤다. 이 회사 류창식 이사는 “근로시간 줄이기로 일자리를 나누는 일은 조급해하지 말고 노사 합의를 통해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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