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조용한 잔치’… 수료식, 박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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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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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40.9% 취업률에 사법연수원 ‘조용한 잔치’
“로스쿨출신이 취업 더 잘돼… 검사임용도 할당줄어 박탈감”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제41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이 열렸다. 수료생들이 취업 면접 때문에 수료식에 불참하느라 빈자리가 적지 않다. 고양=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제41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이 열렸다. 수료생들이 취업 면접 때문에 수료식에 불참하느라 빈자리가 적지 않다. 고양=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취직도 안 됐는데 수료하는 게 뭐 축하할 일인가요.”

41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이 열린 18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대강당. 드문드문 빈자리가 보인다. 1030명이 수료하지만 수료식장에는 500여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40.9%, 10명 중 6명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사법연수생들의 취업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수료식장에도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늦깎이 연수생 이범준(가명·43) 씨는 부인과 초등학생인 아들딸과 함께 수료식장을 찾았다. 이 씨는 8년간 공기업에서 근무하다 그만두고 4년간 공부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 씨는 “작은 로펌과 기업체 등 여러 곳에 지원서를 내놓은 상태”라며 “어떻게든 취업은 되겠지만 당장은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대형 로펌과 검사 임용 문이 좁아지면서 일반 기업체로 눈을 돌리는 수료생도 많다고 한다. 중소 로펌에 채용이 확정된 박모 씨(31)는 “대형 로펌은 벌써 결과가 모두 발표됐고, 아직 직장이 정해지지 않은 연수생들은 기업 법무실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연수생 김모 씨(28·여)도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연수원 성적은 300위권대로 비교적 상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김 씨는 원래 검사가 되는 게 목표였다. 김 씨는 “지난해 같으면 300위 초중반이면 검사 지원을 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로스쿨 졸업생도 검사로 임용돼 200위권 초반까지만 지원해 기업체 쪽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수생들은 올해부터 로스쿨 졸업생들이 배출되는 것에 대해서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기자에게 “동아일보는 변호사 안 뽑느냐”고 농담을 던진 황모 씨(39)는 로펌 10여 군데에 원서를 냈다. 황 씨는 “로스쿨 인력이 연수생보다 연봉이 낮다 보니 로펌에서도 연수생 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대신 로스쿨 졸업생을 뽑는 것 같다”며 “검사 임용도 로스쿨 제도 활성화 차원에서 졸업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연수생에게 주어진 기회가 줄었다”고 말했다.
본보 18일자 A1면.
본보 18일자 A1면.
▼ “일부 판사 정제되지 않은 언행, 사법부 흔들어” ▼
변협회장 ‘법조인 품성’ 강조… 27세 허문희 씨 수석 졸업


18일 열린 41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에 한 연수생이 연단에 나오자 수료식장의 연수생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기생의 박수를 한 몸에 받은 주인공은 최초의 시각장애인 사법시험 합격자이자 연수생인 최영 씨(32). 이날 김이수 사법연수원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최 씨는 “사회에 나가서 현명하고 성실한 법조인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수원 40위권 성적인 최 씨는 법관 지원을 한 상태로 최초의 시각장애인 법관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이날 수료식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조인에게 어울리는 품성과 자질을 갈고닦으면서 스스로 엄격한 윤리기준을 세우고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신영무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정치적 주장이나 의견을 쏟아내는 일부 판사들로 인해 사법부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태산 같은 무게로 판단하고 진중하게 말하는 것이 법조인의 언행”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수료식에서는 수석을 한 허문희 씨(27·여)가 대법원장상을, 조민혜 씨(27·여)가 법무부장관상을, 유현식 씨(26)가 대한변호사협회장상을 받았다.

고양=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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