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른 땅’ 경주 방폐장 또 18개월 준공 늦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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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보다 4년 지연 2014년 6월로… 폐기물처리 차질 우려

올해 12월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국내 유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완공 시기가 예정보다 1년 6개월 늦춰졌다. 이에 따라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겼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13일 “경주 방폐장 지하동굴 공사 중 예상치 못한 연악지반이 발견돼 공사 기한을 18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원전 21기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을 묻기 위해 짓고 있는 이 방폐장은 지하 150m 깊이에 ‘처분동굴’ 6기를 뚫어 총 10만 드럼을 매립할 수 있는 규모다.

2008년 8월 착공한 경주 방폐장은 당초 2010년 6월 공사를 마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 도중 지반상태가 예상과 달라 완공 시기를 2012년 12월로 한 차례 늦췄고, 지하 130m 깊이 지반공사 중 연약지반과 지하수가 발견돼 이번에 다시 공사기한이 2014년 6월로 연장됐다.

정명섭 공단 사업본부실장은 “방폐장을 건설할 때 지하수는 방사성 물질을 누출시킬 수 있어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며 “구조물 보완, 진입동굴 포장 등을 하려면 공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암반 틈새를 시멘트로 채우고 동굴 벽을 1.6m 두께 콘크리트로 감싸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방폐장 완공이 당초 목표보다 4년이나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앞으로 국내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방사성폐기물을 묻을 수 있는 지하시설이 없어 각 원전은 자체적으로 임시 저장시설을 마련해 폐기물을 계속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공단은 2010년 경주 방폐장 용지 위에 ‘인수저장건물(원전의 방사성폐기물을 지하시설에 묻기 전에 보관해두는 시설)’을 지어 일부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지만 이 역시 2014년 하반기(7∼12월)에는 수용 공간이 모두 차게 된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용 공간을 모두 활용하면 2014년까지는 간신히 버틸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공사기간이 또 연장되면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적잖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현재 지하 공사가 70% 이상 진행된 만큼 공사기간이 또 연장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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