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자, 달려봅시다… 새해소망 씽씽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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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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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감초 DJ’ 문양근 씨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DJ로 일하고 있는 문양근 씨가 1일 오후 새해를 맞아 스케이트장을 찾은 시민들을 위해 음악을 틀어주고 있다. ‘하이 서울 하이 뮤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문 씨는 스케이트장 이용객의 신청곡을 틀어주거나 사연을 전해주는 등 스케이트장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DJ로 일하고 있는 문양근 씨가 1일 오후 새해를 맞아 스케이트장을 찾은 시민들을 위해 음악을 틀어주고 있다. ‘하이 서울 하이 뮤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문 씨는 스케이트장 이용객의 신청곡을 틀어주거나 사연을 전해주는 등 스케이트장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흑룡의 기운을 받아 새해 하시는 일 모두 잘 풀리고 대박 나세요. 여러분의 내일을 위해 대성의 ‘대박이야’를 첫 곡으로 띄웁니다. 자∼ 달려 봅시다.”

임진년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4시 반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곳에서 디스크자키(DJ)로 일하는 문양근 씨(40). 휴일을 맞아 스케이트장을 찾은 시민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신나는 음악소리에 따라 얼음을 지쳤다. 일부 시민은 문 씨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DJ 박스 앞을 지나쳤다.

○ 시민의 소망 사랑 전하는 메신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하이 서울 하이 뮤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DJ들이 이용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용객들이 보내는 신청곡과 사연을 전하고 퀴즈, 댄스 경연 등 각종 이벤트를 펼쳐 스케이트장에 생동감을 더한다.

DJ는 문 씨를 포함해 2명. 행사진행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문 씨는 2007년 1월부터 매년 겨울이면 이곳에서 DJ를 맡아온 터줏대감이다. 문 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모아람 씨(24·여)는 2009년 1월 서울시가 스케이트장 개장 기념으로 뽑았던 ‘시민 DJ’ 출신이다. 두 사람은 번갈아가며 매일 오후 4시 반부터 4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장 큰 임무는 시민들이 보내는 사연을 전하는 일. 이용객이 많은 만큼 사연도 다양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함께 왔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꼭 전해주세요”라는 고백부터 “다음 주 군에 입대하는 동생과 왔어요. 힘내라는 말 전해주세요”라는 격려까지. 새해를 맞아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기원하는 사연도 많다. “2012년을 스케이트장에서 시작하네요. 올해도 우리 가족 모든 일이 미끄러지듯이 풀렸으면 합니다. 우리 딸 도이야, 사랑해∼ 아빠가.” 문 씨는 “중고교생은 평소 말로 하기 쑥스러운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사연으로 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 씨가 소개한 사연은 300건을 넘었다.

신청곡을 선별해 틀어주는 것도 중요한 일. 스케이팅이 속도감을 즐기는 운동이다 보니 느린 발라드 곡은 선곡에서 대부분 제외된다. 스케이트장 최고 인기곡은 아이유의 ‘너랑 나’다.

○ 나 홀로 방송에도 자부심은 최고

시민들의 반응도 좋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나온 이기호 씨(41)는 “노래도 신청하고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전할 수 있어 정말 좋다”며 “휴일에는 진행 시간을 더 늘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퀴즈 경연 시간에는 스케이팅을 잠시 멈추고 DJ 박스 주위로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 경쟁을 펼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1.5m²(0.45평)의 좁은 DJ 박스에서 선곡부터 음향 조절, 사연 소개는 물론이고 안내방송까지 혼자 도맡아야 하지만 DJ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DJ들의 근심이 크다. 시가 올 시즌 이용객 수가 예년 평균치를 밑돌면 스케이트장 사업을 접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씨는 “시민들이 겨울을 즐기며 가족 연인 친구와 소통하는 공간도 필요한데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오전 10시부터 이용할 수 있다. 대여료를 포함해 이용료는 시간당 1000원이다. 인터넷 예약(www.seoulskate.or.kr)도 가능하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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