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셔틀 뭐가 어때서” 현실 모르는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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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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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위 간사 안민석 의원… 학교폭력 무지 드러내 빈축

안민석 의원
안민석 의원
20일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D중학교 2학년 A 군은 9개월 동안 같은 반 친구들에게 온갖 폭행을 당하며 갖은 심부름을 해야 했다. 중고교 학생들 사이에서 최근 크게 확산되고 있는 속칭 ‘셔틀 문화’에 희생된 것이다. 셔틀은 힘이 센 학생들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학생들을 뜻하는 은어다. 인기 온라인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서 유닛(게임상의 병력)을 실어 나르는 수송기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만약 A 군의 안타까운 죽음이 없었다면 지금도 ‘셔틀’이 왜 문제인지조차 모른 채 학교 현장 곳곳이 파괴되는 상황을 방치했을 가능성이 크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그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교과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는 그런 국회와 어른들의 무신경함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다음은 회의록의 일부.

▽노재석 수석전문위원=김기현 의원 법안에는 학교폭력에 ‘강제적인 심부름’을 추가하자는 내용이 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교과위 간사)=그런데 심부름은 시킬 수 (있지 않나).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빵 셔틀(강압에 못이겨 빵을 사다주는 학생)을 얘기하는 것이다.

▽안 의원=빵 셔틀이 뭐냐?

▽조 의원=내가 안 의원과 같은 반 친구인데 딱 100원 주고 “야, 빵 사오고 라면도 하나 사오고…” 이렇게 시키는 것이다.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학교 내에서 학생 간에 발생하는 것이다.

▽안 의원=그것은 시킬 수 있지 뭐.

▽조 의원=갈취하는 것이다, 갈취!

▽안 의원=그런데 그것이 잘못됐지만 폭력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조 의원=위협을 하니까 정신적 폭력이다.

▽안 의원=그러니까 위협을 했다는 것도 애매하지 않나?

▽조 의원=이것이 심하다. 학교 안에서 심하다.

이날 안 의원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공방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강제적 심부름’을 학교폭력에 포함시키는 데 반대하지 않으면서 마무리됐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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