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때린 혐의 영장 또 기각되는 사이… 시위자 “경찰이 폭행… 소송 낼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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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 참가자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공권력 경시 풍조가 만연할 가능성이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8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비준 무효 범국민 촛불대회’에 참석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청구된 김모 씨(41)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김 씨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오후 4시 50분경 지하철 광화문역 지하통로를 막고 서 있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발길질을 하고 주먹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씨 측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광화문역 통로를 막는 등 공무집행의 정당성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자신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집회장소 주변을 통제한 것은 불법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며 “채증 영상을 보면 김 씨가 경찰을 폭행한 것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10일 국회 앞에서 열린 FTA 반대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청구된 박모 씨(38)와 황모 씨(34)의 구속영장을 잇달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지난달 26일 광화문 집회 도중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을 폭행한 혐의로 청구된 김모 씨(54)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문 시위꾼’ 같은 집회 참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도주,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공권력에 대한 범죄는 중범죄인데도 잇달아 영장을 기각하는 법원의 결정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활빈단 주동식 사무처장도 “공권력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축”이라며 “공권력에 대한 범죄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도 붕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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