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자전거 횡단 OK, 사람은 NO… 장애인 울리는 ‘분통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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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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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주변 은하수네거리

대전시내에서 사람 통행량이 가장 많은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근처 은하수네거리에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아 보행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시내에서 사람 통행량이 가장 많은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근처 은하수네거리에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아 보행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지하보도와 육교가 점차 사라지는데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주변 교차로는 언제 바뀌나요.”

6일 오후 5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입구에서 만난 황모 씨(41·지체장애 3급)는 힘겹게 휠체어를 운전하며 “제발 횡단보도를 만들어 달라”고 하소연했다. 대전시청으로 가야 한다는 그는 200m쯤 떨어진 횡단보도 쪽으로 향했다.

국내외 도시의 교통정책이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대전의 최고 번화가인 갤러리아백화점 주변 은하수네거리는 여전히 정책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대덕대로와 둔산대로의 교차점인 이곳은 대형 백화점과 병원, 금융기관, 상가가 밀집돼 있고 100∼200m 이내에 시청과 교육청, 세무서 등 관공서가 있어 대전에서 사람 통행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둔산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이곳 네거리는 횡단보도 없이 지하보도만 설치됐다. 이 때문에 노인 등 교통 약자들은 힘겹게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불편한 전동리프트를 외면하고 멀리 떨어진 횡단보도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이 교차로에는 대전시가 자전거전용도로를 조성하면서 자전거 횡단신호등은 설치했으나 사람 통행은 막아 ‘자전거는 건너되 보행자는 못 건너는’ 희한한 교차로가 됐다.

김모 씨(68·여·둔산동)는 “백화점이나 은행을 가기 위해선 횡단보도가 없어 아픈 다리를 이끌고 힘겹게 수십 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그동안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를 갖추기 위해 시내에 있는 18개 지하보도와 46개 보도육교를 점차 철거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지하보도 4개, 보도육교 2개만 철거해 매우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람 통행량이 많은 이 일대의 횡단보도 설치는 아직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하보도와 백화점 지하가 직접 연결됐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은 “보행권 확보와 교통 약자를 위한 교통정책은 세계 모든 도시의 과제”라며 “대전시와 경찰의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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