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잃다, 공군 T-59 훈련기 예천서 추락… 박정수-권성호 소령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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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 아내 두고… 태어난지 20일 둘째딸 남겨두고…

■ 박정수-권성호 소령

5일 오후 2시 27분 경북 예천군 공군 제16전투비행단 인근에서 T-59 고등훈련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훈련기는 긴급착륙 절차 훈련을 위해 기지 내 활주로를 이륙한 직후 갑자기 중심을 잃고 기지 서쪽 경계 펜스 인근에 추락했다”며 “자세한 사고 경위는 확인 중이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훈련기에 타고 있던 박정수 소령(34·공사 48기)과 권성호 소령(33·공사 49기)이 순직했다. 군 관계자는 “앞좌석에 타고 있던 권 소령은 추락 직전 조종석 사출장치를 점화해 비상탈출했지만 고도가 너무 낮아 목숨을 잃었고, 뒷좌석의 박 소령은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군에 따르면 권 소령의 부인은 공사 동기생으로 국내 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인 박지원 소령(33)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지원 소령은 2002년 9월 다른 여성 동료 2명과 함께 고등비행교육을 이수하고 공군의 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됐다. 당시 그는 남편인 권 소령을 비롯해 남자 동료들과 함께 빨간 머플러를 목에 걸었다.

박 소령은 2003년 3월 일선 전투비행대대에 배치돼 F-5 전투기 조종사로 활동하다 현재 원주기지에서 운항관제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두 사람은 슬하에 세 살배기 아들을 두고 있다. 동기인 한 조종사는 “두 사람이 동기들의 축복과 격려 속에 백년가약을 맺었는데 권 소령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뭐라 말하기 힘들 만큼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이날 순직한 박정수 소령은 둘째 딸이 태어난 지 20일 만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같은 부대의 한 조종사는 “박 소령이 두 돌 된 첫째 딸에 이어 지난달 14일 둘째가 태어나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비보를 접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공군은 김동철 공군본부 감찰차장(준장)을 단장으로 한 사고조사단을 현지로 급파해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공군은 사고 직후 긴급 대기전력을 제외한 모든 기종의 비행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거쳐 순차적으로 비행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른 T-59 훈련기도 사고조사가 끝날 때까지 비행이 중단된다.

T-59 훈련기는 1992년부터 모두 20대가 도입됐으며, 사고기는 1993년에 들여왔다. 1994년에 1대, 1995년에 2대가 추락했고 2009년에 지상에서 1대가 파손됐으며 5일 추락사고로 15대가 남았다. 영국 BAE에서 제작된 이 훈련기는 일명 ‘호크(HAWK)’로 불리며 평시 고등훈련비행 임무와 전시 일부 대지(對地) 공격 및 초계임무를 수행한다. 30mm 기관포와 레이더 경보 수신기, 미사일 회피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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