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하루 4번 자살미수 ‘죽어도 살아야할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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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맨 끈 ‘뚝’… 번개탄은 차에 불내… 사업 실패 30대 “살라는 하늘 뜻”

‘하루 4번 자살 시도해 실패한 남자.’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박모 씨(39)는 22일 오후 2시 자살을 결심했다. 배추 풍작으로 가격이 급락하면서 큰 손해를 보는 등 계속된 사업 실패와 아버지와의 불화 때문이었다. 2만 원어치 천을 구입해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호프집에 온 박 씨는 천장에 천을 매달고 고리를 만들어 목을 넣었다. 눈을 질끈 감고 올라서 있던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나 140kg이나 되는 박 씨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천이 끊어져 버렸다. 다시 천을 몇 겹으로 감아 뛰어내렸지만 천은 또 끊어졌다.

박 씨는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박 씨는 연탄 하나를 사서 호프집 가스레인지에 올려 놓고 불을 붙였다. 일산화탄소에 몽롱해지려는 순간 일찍 출근한 직원이 가게로 들어왔다. 박 씨는 급히 병원으로 실려가 응급처치를 받았다. ‘뜻’을 이루지 못한 박 씨는 몰래 병원을 빠져나와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몸을 실었다.

오후 8시 40분경 박 씨는 서울 성동구 성내동 한 주택가에서 번개탄을 사와 차 안에서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러나 가스가 차오르기도 전에 불이 차 시트로 옮아붙자 열기를 견디지 못한 박 씨는 차를 빠져나오고 말았다. 차에 불이 난 것을 목격한 주민들의 신고로 119구조대가 출동하고 박 씨는 경찰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날 박 씨를 실화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는 처음에 굉장히 우울해했지만 ‘끝까지 살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설득하자 나중에는 웃음을 되찾았다”며 “박 씨가 ‘자살 시도를 후회한다. 앞으로 열심히 살아 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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