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검찰의 굴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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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만달러 사건’ 이어 2연속 ‘악몽’

검찰은 31일 한명숙 전 총리의 9억여 원 불법 정치자금 사건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침울한 분위기다. 지난해 4월 9일 ‘5만 달러 뇌물 사건’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유죄선고를 받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전 총리 측과 야당들이 즉각 “정치 검찰 유죄” 등의 구호를 앞세워 검찰을 몰아세우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윤갑근 3차장은 판결 직후 “법원의 무죄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므로 항소할 방침”이라며 “구체적으로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판결문 검토를 마친 오후 7시경 판결 내용을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입장을 새로 밝혔지만 겉으로는 감정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최대한 자제했다.

그러나 검찰이 받은 충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다. 최근 1년 6개월간 특별수사의 모든 역량을 이 사건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정당성 자체를 깎아내리는 야당의 비난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뇌물 사건 1심 선고 전날인 4월 8일 정치자금 사건과 관련해 한신건영을 압수수색하는 등 오해를 살 만한 수사 방식을 노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애초 이 회사 전 대표 한만호 씨의 자발적인 진술을 확보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한 전 대표의 진술 외에도 한신건영의 채권회수 목록과 접대비 장부, 달러 환전 명세, 한 전 대표의 휴대전화 복구 기록, 계좌추적 자료 등 진술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폭넓게 확보해 왔다. 특히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제기 자체는 합당하다”며 검찰 수사의 정당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한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20일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며 검찰 수사 당시의 진술을 뒤집는 순간 검찰의 불안은 시작됐다. 지난해 4월 9일 무죄가 선고된 5만 달러 사건에서와 꼭 닮은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당시 5만 달러를 한 전 총리에게 직접 건넸다고 진술한 전 대한통운 사장 곽영욱 씨는 법정에서 말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한 전 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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