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강소기업이 뛴다]영림목재, 알래스카-일본 나무 산지 발로 누비며 연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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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분야 블루오션 개척한 영림목재

영림목재㈜ 이경호 사장(62)의 집무실에는 큼지막한 액자가 걸려 있다. 액자에는 이 회사의 어려웠던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97년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우리 회사에는 어떤 일이 생겼나’란 제목 밑으로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문건과 이 사장이 당시 직접 써 놓은 메모가 정리돼 있다. 거래업체의 부도로 받을 어음이 부도가 난 일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의 도움을 받은 일, 그리고 미국 등에서 수입해 온 나무 등 원자재를 동남아에 다시 수출한 일 등….

“기업의 규모나 매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느꼈습니다. 그래서 뼈아픈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가끔 액자를 보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죠.”

영림목재는 사양사업으로 분류되는 목재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업체로 통한다. 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구자 역할을 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회사는 40∼50년 전 한국의 산에 심어진 리기다소나무 등을 이용해 고부가가치 친환경 ‘목재옹벽’을 만들어 도로공사를 한 뒤 남겨진 절개지에 이를 설치해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광주 신창지구 산월 분기점(JCT) 도로공사 현장에 목재옹벽을 설치해 회색빛 콘크리트 옹벽에서 벗어나 친환경 원자재를 사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목재옹벽을 비롯해 하천방틀재는 현재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 사업의 주요 공구에 사용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사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산림녹화를 위해 전국에 심어 놓은 속성수인 리기다소나무와 낙엽송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친환경 목재옹벽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대학졸업 후 대우전자 해외무역부에서 유럽 수출업무를 담당하다 1978년 가업을 물려받았다. 초기에는 샘표식품 삼립식품 등에 제품을 담는 나무상자를 납품했다. 이후 삼성전자에 TV 등 제품을 보관하는 목재 케이스를 대량 납품하면서 회사의 규모도 커졌다.

그러나 이 사장은 현재에 안주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회사를 맡은 지 10년 만에 과감하게 특수목(특정 용도로 쓰이는 원목)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미국과 캐나다, 알래스카 등을 돌아다녔다. 참나무와 단풍나무 등 최고급 나무 산지의 현장을 누빈 것.

이 사장은 “그때 현지를 돌며 당시 일본 원목업체가 국내 삼익악기, 영창악기 등 악기업체에 악기재(원목)를 공급하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영림목재가 악기재 등 특수목을 수입해 저렴하게 판매하자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 뒤 그는 홀연히 새로운 분야의 개척을 위해 목재 선진국인 일본에 유학을 떠난다. 2002년 9월 1년 동안 일본 와세다대에 연구원 신청을 한 것.

“홋카이도 등 46개 현을 돌아다니며 목재 선진국인 일본을 철저하게 공부했죠. 목재 관련 세미나와 포럼 등 다 참석했어요.”

한국에 돌아와 나무 덱과 펜스, 벤치, 파고라 등 조경에 관심을 기울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 2004년 산림청에 낙엽송과 리기다소나무의 간벌과 가지치기를 제안한다. 이들 나무도 활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경제목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 영림목재는 국산 낙엽송을 이용해 교실 및 체육관 바닥재를 생산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목재산업 발전에 대한 열정과 연구정신은 그대로 이 사장의 아들인 이승환 이사(28)에게 전해졌다. 5년째 경영수업을 받느라 여념이 없는 그는 3대째 가업을 잇는 주인공이 된다.

선진 목재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유학을 다녀온 그는 “단열기능이 뛰어난 친환경 목조주택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부친이 일궈놓은 가업을 더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영림목재는 현재 인천 북항 배후단지에 2만3182m² 규모로 공장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과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 회장, 인천사랑회 회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아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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