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金이병 부모 “말이 자살이지 고참 구타에 의한 간접 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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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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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金이병 부모의 절규

선임병들의 구타를 이기지 못하고 16일 외박을 나왔다 자살한 김모 이병의 아버지 김차
율 씨(왼쪽)와 어머니 권명숙 씨.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선임병들의 구타를 이기지 못하고 16일 외박을 나왔다 자살한 김모 이병의 아버지 김차 율 씨(왼쪽)와 어머니 권명숙 씨.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9일 오후 1시 반경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 응접실. 군에 보낸 외아들을 석 달 만에 잃은 김차율 씨(49)와 권명숙 씨(48) 부부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육군 A사단 소속이었던 아들 김모 이병(20)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16일 외박을 나왔다가 모교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김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를 보자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아들을 곱게 키워 군대에 보내놨더니 이런 꼴이 됐다”며 “말이 자살이지 고참들 구타에 의해 간접적으로 타살당한 것 아니냐”고 울먹였다. 김 씨는 “아들이 4일 부대에서 전화를 해 ‘자살하고 싶다’고 했는데 ‘조금만 참으라’고 했던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A사단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서도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아들이 구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대 간부들에게 알렸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부대에서 1주일만 제대로 신경을 써줬다면 아들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흐느꼈다.

어머니 권 씨는 “아들이 입대 6개월 전부터 군 생활을 잘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도록 아르바이트까지 했다”며 “아들 휴대전화에는 현재도 제대 이후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계획서가 남겨져 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엄마로서 아들이 자살을 암시하는 행동을 한 것을 미처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아들을 군에 보낸 다른 부모나 앞으로 군 장병 부모가 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고 싶다”고 했다.

김 이병이 ‘고참들의 가혹행위로 자살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들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김 이병은 첫 외박을 나온 2일 오후 3시 31분 고교 동창생인 오모 씨(20)와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의가사 제대를 위해 십자인대 파열을 시도했다’는 글을 썼다. 고참들의 구타를 벗어날 탈출구를 찾고 싶었던 심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오 씨에게 ‘현재 자살포스(자살도 불사하겠다는 마음가짐)’라며 침울한 속내를 털어놓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살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 이병의 시신에서도 구타 흔적으로 추정되는 멍 자국 3개가 발견됐다. 가슴 중앙에는 주먹 크기의 희미한 멍이, 양쪽 정강이에는 뚜렷한 멍이 각각 발견됐다. A사단 헌병대는 이날 김 이병을 구타한 혐의로 같은 부대 소속 B 병장 등 2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또 김 이병 부대원 10여 명을 계급별로 분리해 조사 중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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