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여고생 성폭행 지난달 서울서도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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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두천 사건 이어 파장

경기 동두천시에서 주한미군이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서울에서도 주한미군이 여고생을 성폭행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고시텔에서 홀로 자던 A 양(18)의 방에 몰래 들어가 A 양을 성폭행하고 시가 100만 원 상당의 노트북을 훔쳐 달아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주거침입 강간 및 절도)로 용산 미8군 제1통신여단 소속 R 이병(21)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R 이병은 지난달 17일 오전 2시경 동료 주한미군의 소개로 A 양과 A 양의 친구를 만나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클럽에서 함께 놀았다. 미국에서 살다 온 A 양의 친구는 영어에 능숙한 데다 R 이병의 동료와 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각자 친구 한 명씩 데리고 나와서 같이 놀자”고 합의한 뒤 각각 R 이병과 A 양을 데리고 나왔던 것. 이들은 오전 3시경 홍익대 주변 유흥가 호프집으로 이동해 오전 4시까지 술을 마셨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A 양이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자 A 양을 부축해 A 양의 고시텔 방으로 옮겨 침대에 눕힌 뒤 문을 잠그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 A 양의 친구는 “방이 좁아 같이 잘 수 없으니 다른 친구 집으로 가겠다”며 떠났고 R 이병과 동료는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신 뒤 헤어졌다. R 이병은 오전 5시 45분경 다시 고시텔을 찾아 잠자고 있던 A 양을 성폭행한 뒤 노트북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R 이병은 A 양 방의 문이 잠겨 있지 않아 손쉽게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양은 성폭행 당할 당시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 양은 대학입시학원을 다니기 위해 서울에서 홀로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은 다음 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R 이병의 신원을 확인한 뒤 주한미군에 통보했다. R 이병은 5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며 절도 혐의는 인정했다. 하지만 “성관계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다가 경찰이 고시텔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의 증거를 들이대자 “A 양과 합의하에 유사 성행위만 맺었다”고 진술을 바꿨다. R 이병은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겠다”며 진술을 거부했다.

경찰은 R 이병의 구강세포를 고시텔에서 확보한 휴지, 음모, 머리카락 등의 증거물과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유전자(DNA)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12일 2차 조사를 벌인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군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고 DNA만 일치하면 혐의 입증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의정부지검은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미군 2사단 소속 K 이병(21)에 대해 1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뒤 6일 신병을 인도받아 구속 기소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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