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삼탁씨 숨겨진 600억대 빌딩 유족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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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전 지인 이름으로 등기
반환 거부하자 소송… 2심 승소

노태우 정권 실세였던 고 엄삼탁 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의 숨겨진 600억 원대 재산이 유족에게 돌아가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31부(부장판사 윤성근)는 엄 씨의 부인과 자녀 등 3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18층 건물의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라”며 엄 씨의 고교 선배이자 측근인 박모 씨(72)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씨는 이 건물 소유권 가운데 엄 씨의 아내에게 지분 7분의 3을, 두 자녀에게 각각 7분의 2씩 이전 등기하라”고 밝혔다.

엄 씨는 지병으로 숨지기 전인 2008년 2월 지인에게 “박 씨 이름으로 된 빌딩을 찾아 가족에게 전해 달라”며 인감증명이 첨부된 확약서와 위임장을 건넸다. 박 씨가 작성한 확약서에는 “부동산은 비록 본인 명의로 돼 있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는 엄삼탁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엄 씨가 숨진 뒤 유언을 전해 들은 엄 씨의 유족은 박 씨에게 빌딩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 씨는 “엄 씨에게 130억 원을 주고 신축 중이던 건물과 땅을 샀고, 이후 공사대금도 냈다”며 거부했다. 유족들은 횡령 혐의로 박 씨를 검찰에 고소하고 소유권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형사 소송은 1,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데 이어 올 7월 대법원까지 “박 씨가 명의수탁자라는 의심은 들지만, 진실이라고 확신을 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려 박 씨의 승리로 끝났다. 민사소송 1심 재판부 역시 같은 이유로 엄 씨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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