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금값은 왜 살때와 팔때 가격차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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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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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순도 제각각”… 위험비용 내세워 깎아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서울 종로의 귀금속 상가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요즘 금은방에는 금을 팔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종종
 있지만 예상보다 가격이 높지 않아 실망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서울 종로의 귀금속 상가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요즘 금은방에는 금을 팔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종종 있지만 예상보다 가격이 높지 않아 실망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사는 주부 이은경 씨(38)는 최근 집 안 정리를 하다 결혼 전 쓰던 금목걸이, 금반지, 금돼지 휴대전화걸이를 발견했다. 금값이 한 돈(3.75g)에 30만 원을 바라볼 정도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소식도 있고 해서 이 씨는 당장 금은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 씨가 손에 쥔 돈은 현재 살 때 가격보다 15%나 낮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왜 금값은 살 때와 팔 때 가격 차이가 클까요?” 이 씨가 동아일보에 문의해 왔다. 》
동아일보 취재팀은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일대의 귀금속 상가를 찾아다니며 살 때와 팔 때의 금 시세를 비교했다.

한 가게에서는 “돌반지 살 때는 한 돈에 24만5000원, 팔 때는 22만 원”이라고 했다. 다른 가게에서는 기자가 걸고 있던 14K 반 돈(1.875g)짜리 목걸이를 팔겠다고 하자 5만8000원을 주겠다고 하더니 살 때는 12만 원 선이라고 했다. 24K에서 14K로 내려갈수록 이 차이는 더 커졌다. 가게 주인은 “국제 금값이 오늘 엄청 떨어졌는데 그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살 때 가격도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같은 24K도 품질은 천차만별”

소비자가 사는 금제품에는 금 원료 값에 재료비와 공임비가 붙는다. 24K는 공임비만 들지만 금 함유량이 75%인 18K나 58.5%인 14K는 재료비가 추가된다. 은, 구리, 동, 납 등을 비율만큼 섞고 이를 금과 잘 녹여 균질하게 만들어내는 기술력도 비용으로 넣는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0%까지 얹으면 금제품 소매 판매가격이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따져도 매매가가 2배까지 벌어지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금 전문가들은 ‘위험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찬수 한국거래소 금시장개설 태스크포스(TF) 팀장은 “같은 24K라고 해도 유통되는 금의 품질은 천차만별”이라며 “업체들은 순도가 낮은 금을 사게 될 위험을 감안해 매입가를 할인한다”고 밝혔다. 박 팀장의 말처럼 순도 100%의 금은 유통되지 않는다. 금 정제기술이 높을수록 99.99% 또는 99.999%의 금을 만들지만 기술 수준이 낮은 정제업체들과 손잡은 소규모 소매업체들의 금은 순도가 99.2%까지 내려간다. 금의 순도를 확인하려면 녹여서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의뢰하는 수밖에 없어 소매업체들이 개인에게 금을 살 때는 순도가 떨어진다고 가정해 값을 매긴다는 것이다. 14K, 18K는 금의 순도를 더 못 믿는다. 박 팀장은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의 금마크, 한국주얼리산업연합회·한국귀금속보석기술협회의 무궁화마크, 한국귀금속보석감정원의 태극마크가 붙어 있으면 금의 순도를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은우 씨(44)는 얼마 전 돌반지를 샀다. 처음에는 21만 원이라던 돌반지가 신용카드를 꺼냈더니 26만5000원으로 뛰었다. “아시잖아요.” 금은방 주인의 말이었다.

현금과 신용카드의 가격 차이는 단순히 카드가맹점 수수료로 설명할 수 없다. 그 뒤에는 전체 유통되는 금의 60∼70%가 무자료로 거래되는 금 유통시장의 왜곡된 구조가 있다. 금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투자 대상이 됐지만 국내 금시장에는 신뢰할 만한 수치가 없다. 2007년 한국조세연구원이 추정한 유통량 120∼150t이 그나마 공식적인 수치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금 유통 규모를 100∼110t로 추정했다.

○ 현금-카드 가격 차는 유통구조 탓

이 유통 규모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 이른바 ‘뒷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금은 수입금이 약 35%, 제련금이 약 5%로 이는 대부분 반도체용 재료 등으로 팔린다. 나머지는 쓰던 금제품을 산 뒤 녹여서 만드는 정련금으로 금은방에서 파는 금이 대부분이다. 중간도매상들이 개인에게서 사들이는 금도 원래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하지만 중간도매상들은 금을 도매상에 넘긴 뒤 폐업신고를 한다. 거래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보니 금은방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가격을 받더라도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는다. 신용카드로 금값을 치르면 세무서에 부가가치세를 내면서 매입처 신고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매업체들은 일부는 제대로 세금을 내고 사들여 ‘증거’를 남기지만 대부분의 물량은 무자료로 거래한다.

정부는 이러한 ‘뒷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중간도매상들이 신고할 경우 세금 일부를 감면해주는 ‘고금의제매입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이 코너는 독자가 묻고 동아일보가 취재해 답하는 쌍방향 기사입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궁금증이 생기면 오피니언팀(reporter@donga.com)으로 질문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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