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온다” 경찰서 9시간 문닫고 포위되자 “연행자 즉시 석방” 협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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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 시위 미온 대응… 송양화 서귀포서장 전격경질

경찰이 25일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및 시민운동가들의 불법 업무방해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관할 서귀포서장을 경질했다. 경찰청은 이날 송양화 서귀포서장을 전격 경질해 제주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으로 보내고 현직 제주청 청문감사관인 강호준 총경을 서귀포서장으로 발령하는 인사이동을 단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오전 간부회의에서 전날 발생한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운동가들의 업무방해 사건과 관련해 서귀포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한 책임을 물은 데 따른 것. 서귀포 경찰은 24일 오후 해군기지 내 대형 크레인 조립을 저지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 주민과 시민운동가 5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나 주민 200여 명 등으로 구성된 시위대에 포위돼 7시간 넘게 대치 상태를 빚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서귀포서가 시위대에게 연행자를 모두 당일 석방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등 협상을 벌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귀포 경찰이 ‘불법필벌’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대처했어야 했다”며 “7시간 넘게 공권력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사실에 조 청장이 격노했다”고 전했다.

또 서귀포 경찰은 시위대가 경찰서 정문 앞까지 몰려오자 이들을 막기 위해 9시간 넘게 경찰서 문을 닫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경찰 차량 출입은 물론이고 민원인들까지 경찰서로 들어오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

경찰청은 서귀포 경찰의 시위대 대응 관련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 이날 본청 직원 5명을 내려 보내 감찰에 착수하고 결과에 따라 송 서장의 직위해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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