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 바람신 태양신의 축복… 7시간 32km 날았다, 히말라야 횡단 첫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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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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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하늘길 향하여”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첫 날개 펴다 신의 축복 속에 시작한 비행이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비행에 나선 한국 원정대원들이 22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자니패스에서 첫 비행을 했다. 비행거리는 총 6000k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발 6551m의 부니좀을 배경으로 원정대원이 새처럼 날고 있다. 자니패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신들의 하늘길 향하여”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첫 날개 펴다 신의 축복 속에 시작한 비행이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비행에 나선 한국 원정대원들이 22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자니패스에서 첫 비행을 했다. 비행거리는 총 6000k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발 6551m의 부니좀을 배경으로 원정대원이 새처럼 날고 있다. 자니패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해발 3840m향하여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의 짐을 실은 차량 행렬(맨 위). 길은 험하고 도로는 자갈밭이다. 고추장 라면 된장 등 음식과 
각종 장비 등 원정대의 짐은 총 1t에 달한다. 이 차량들은 비행대원을 쫓아 지상으로 이동한다. 산신제 올리고… 자니패스 인근에서 가장 높은 해발
 7708m의 트리츠미르 산을 배경으로 대원들이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가운데). 산과 바람과 태양신에게 안녕을 빌었다. 패러글라이딩 출발! 한국을 
떠난 지 10일째인 21일 대원들이 시험비행에 나섰다(아래). 원정대를 보호하는 무장경찰과 셰르파들이 지켜봤다. 자니패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해발 3840m향하여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 원정대의 짐을 실은 차량 행렬(맨 위). 길은 험하고 도로는 자갈밭이다. 고추장 라면 된장 등 음식과 각종 장비 등 원정대의 짐은 총 1t에 달한다. 이 차량들은 비행대원을 쫓아 지상으로 이동한다. 산신제 올리고… 자니패스 인근에서 가장 높은 해발 7708m의 트리츠미르 산을 배경으로 대원들이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가운데). 산과 바람과 태양신에게 안녕을 빌었다. 패러글라이딩 출발! 한국을 떠난 지 10일째인 21일 대원들이 시험비행에 나섰다(아래). 원정대를 보호하는 무장경찰과 셰르파들이 지켜봤다. 자니패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조인(鳥人)들이 날아올랐다.

22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북부에 위치한 해발 3840m의 자니패스 정상에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패러글라이딩 횡단비행에 나선 대원들이 첫 비행을 했다. 예정보다 사흘 앞당긴 시작이다. 그만큼 날씨가 좋았다.

박정헌 대장(40)과 함영민(41) 홍필표 대원(44)이 동시에 자니패스 상공으로 솟아올랐다. 3명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비행을 하며 장거리 비행에 적합한 기류를 찾아나섰다. 박 대장과 홍 대원은 적당한 기류를 만나지 못했다. 목표 지점과는 다른 곳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있어 불시착했다. 그러나 함 대원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기류를 찾았다. 오전 9시 반에 비행을 시작한 함 대원은 오후 4시 반까지 약 32km를 날았다. 총 6000km로 예상되는 비행의 시작이었다. 함 대원은 거대한 산봉우리와 줄기를 넘어가면서 중간중간 기슭에 내렸다가 다시 날아오르기를 반복했다. 현재 위치는 자니패스 북쪽 마스투지. 대원들은 곧 산드루패스로 이동해 다음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을 떠나올 때만 해도 긴장과 초조함의 연속이었다. 13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묵은 호텔에서는 파키스탄의 카라치에서 미국인 한 명이 납치됐다는 CNN뉴스가 흘러나왔다. 파키스탄 북부의 국경지대에서 자주 총성이 울린다는 점도 걱정이었다. 그러나 하룻밤이 지나니 모든 것은 축제처럼 변했다. 14일은 파키스탄의 독립기념일이었다. 거리에서는 가족을 가득 태운 차량들이 경적을 울려댔다.

비행기로 다시 자니패스가 있는 치트랄 지역으로 이동했다. 벌거벗은 험준한 산악 중간중간에 농지를 만들고 집들이 주변에 성냥갑처럼 붙어 있었다. 말 그대로 하늘 아래 첫 동네였다.

공항에 내리자 직원들과 군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지대라는 점이 다시 떠올랐다. 경찰들은 얼마 전 부족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고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단체인 탈레반과 내통하는 사람도 많아 위험하다며 절대로 야영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17일 밤 자니패스에 있는 오툴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손전등을 들고 나와 웃으며 맞아주었다. 다음 날 아침 장비가 풀어져 있어 깜짝 놀랐다. 과자가 든 상자와 중요 장비가 없어졌다.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돈을 나눠 주며 달랜 끝에 겨우 물건을 되찾았다.

21일. 날씨가 유독 좋았다. 산신 바람신 태양신에게 산신제를 올렸다. 마을에서 100달러(약 10만 원)를 주고 사온 양을 한 마리 잡고 한국서 가져온 북어와 미역 대추 소주를 올렸다. “산신 바람신 태양신이여 우리 조인들을 보호해 주소서.”

산신제가 끝나자 박 대장이 곧바로 연습비행을 하자고 서둘렀다. 날씨가 너무 좋아 22일 첫 비행에 나섰다. 신의 축복처럼 느껴졌다.

자니패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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