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기도 신창원이 올초 외부로 보낸 편지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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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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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징벌받은 적 없는데 왜 수갑 차고 독방 격리되나… 교도행정 문제 논문 준비”

18일 새벽 교도소 독방에서 자살을 기도한 신창원(44)의 그동안 심리상태를 엿보게 해주는 편지(사진)가 공개됐다. 신창원은 이 편지에서 10여 년 독방 생활로 인한 고통과 좌절감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신창원이 장기간의 수감생활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편지는 1월 문성호 자치경찰연구소장에게 보낸 것으로 문 소장은 수감 중인 신창원에게 재소자 인권운동에 관한 책을 보내준 인연으로 친분을 유지해왔다.

신창원은 편지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며 “인간은 인내의 한계점을 넘어서면 어떤 형태로든 극단적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10년 3개월 동안 징벌을 받은 적이 없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도주를 기도한 적이 없지만 10년 5개월째 독방에 격리돼 있다”며 “내가 왜 수갑을 차고 다녀야 하며 TV 시청을 금지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강력범들을 독방에 격리해 기본적 처우를 제한하는 실험을 했다가 수용자 자살 등 문제가 생겨 실험이 중단된 사례를 거론하며 “엄중 격리된 상태에서 이상행동을 보이는 수용자를 많이 봤고, 나 또한 악몽, 우울 장애, 불면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수십 번 위험한 고비와 수백 번 인내의 한계점을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10년 넘게 수감자를 독방에 가두는 가혹한 교도행정에 대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통해 문제제기하려 했고 논문 작성도 준비하고 있다”며 문 소장에게 해외 교정행정 우수사례와 엄격한 구금이 낳는 부작용에 관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문 소장은 신창원 자살 기도 직후인 18일 오후 이 편지를 트위터에 공개하며 “그의 자살 시도는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라기보다 장기수에 대한 절망적인 수용 실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창원은 1989년 공범과 함께 가정집에 침입해 3000여만 원의 금품을 빼앗고 집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97년 탈옥해 2년 반 만에 잡혔다. 1999년 7월 다시 수감된 그는 고입과 고졸 검정고시에 연이어 합격하기도 했다.

신 씨 병원 치료후 재수감

자살 기도 직후 안동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신창원은 정상적인 식사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돼 20일 복역하던 경북 북부 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로 옮겨졌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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