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버 둔 불법 스포츠토토 139억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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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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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모 씨(28)는 2009년 6월 미국 댈러스와 중국 다롄(大連)에 각각 서버와 운영사무실을 마련해 불법 온라인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열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숨긴 강 씨는 91만여 명의 휴대전화로 410만여 건의 스팸문자를 보내 사이트를 알리고 회원을 모집했다.

적법한 스포츠토토 사이트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농구연맹(KBL) 등이 주관하는 국내 스포츠 경기가 대상이지만 강 씨는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와 유럽챔피언스리그(UEFA) 축구 등 전 세계 스포츠 경기와 스타크래프트 등 e-스포츠까지 대상으로 삼았다.

강 씨는 적법한 베팅 한도(10만 원)도 무시하고 무제한 베팅을 가능하게 했다. 또 “딴 돈의 90%까지 주겠다”며 ‘대박’을 노리는 도박꾼들을 꾀어냈다. 그러나 정작 큰돈을 따는 회원이 생기면 바로 회원 자격을 박탈하거나 사이트를 폐쇄해 배당을 피하는 ‘먹튀’ 수법까지 썼다.

이렇게 모은 돈은 여러 개의 가짜(대포)계좌에 넣었다가 여러 차례 작은 액수로 나눠 이체해 자금을 세탁했다. 강 씨 등은 올해 7월까지 이 사이트를 운영하며 139억 원을 벌어들였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강 씨와 자금 세탁을 주도한 조모 씨(32)를 구속 기소하고 스포츠토토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최모 씨(43) 등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런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는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단속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형사정책연구원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감위 신고센터 등에 접수된 불법 스포츠토토 신고 건수는 2007년 40건에서 지난해 7951건으로 4년 동안 199배나 늘었다.

반면 사법기관에 의해 단속돼 기소(기소중지 포함)된 경우는 4년 동안 114건에 불과했다. 구속 기소된 경우는 11건밖에 없었다.

한 의원은 “바다이야기로 시작된 불법 사행산업이 느슨한 처벌과 당국의 무관심으로 인터넷으로 무한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16일 스포츠토토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불법 도박을 막기 위해 사감위법 등 6개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들 법안은 △감시·단속, 범죄수익 몰수, 사이트 폐쇄, 계좌 정지 등 단속 체계를 일원화하고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운영·홍보 행위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단순 이용자까지 처벌하며 △범죄수익 몰수 대상에 스포츠토토도 포함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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