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에 문을 열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 추모공원’의 조감도. 총 11개의 화장로
가 있어 하루 65구까지 화장할 수 있다. 서울시 제공
최근 갑작스레 부친상을 당한 김모 씨(53·서울 용산구)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火葬)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화장장은 발인날 예약이 차 있었고 수원과 성남의 지역 화장장은 이용료가 100만 원이어서 부담스러웠다. 결국 4일장을 치른 뒤 서울시립화장장을 이용해야 했다.
화장을 선호하는 장례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시설이 충분하지 못해 생겼던 불편이 앞으로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운영될 서초구 원지동 ‘서울 추모공원’(조감도) 공사현장을 10일 공개했다.
○ 14년 진통 끝 공정 70%
주민 반대로 7년간 법정 다툼을 벌여왔던 원지동 추모공원 사업이 시작된 지 15년 만인 내년에 마무리된다. 현재 공정은 70% 수준. 공식적인 주민과의 대화만 430여 차례에 이를 정도로 이 사업은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공사 현장은 아직 어수선했지만 건물 구조와 형태는 윤곽이 잡히고 있었다. 화장장 내부는 프리즘으로 햇빛을 모아 빛을 내는 조명이 설치됐는데 다른 조명보다 엄숙한 분위기를 낸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건물 맞은편에는 갤러리와 문화공간이 꾸며지고 있었다. 화장이 끝난 저녁 시간에는 음악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11개의 화장로는 한 줄로 늘어서 있는데 화장 후 직원이 유골을 수습하는 과정도 유족들이 지켜볼 수 있게 공사할 예정이다. 또 유족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화장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정관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은 “고인을 편안하게 떠나보내는 본연의 역할과 함께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 수도권 화장 수요 대부분 수용
서울시는 이 추모공원에서 하루 최대 65구를 화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 수요가 많은 오전에 35구까지 화장하고 오후에는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경기 고양시 시립화장장(벽제화장장)의 화장로(총 23기)까지 포함하면 하루 140구인 수도권의 화장 수요를 대부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 장묘 시설인 ‘서울시립묘지’와 화장장이 위치한 고양 및 파주 시민도 서울시민과 같은 조건으로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성인 기준 9만 원. 그 외 지역 주민은 성인 기준 70만 원을 내야 한다.
이 시설은 이중벽으로 화장로를 감싸 주 연소로의 내부 온도가 기존 화장로보다 높게 설계됐다. 이에 따라 화장 시간도 20분가량 단축된다. 서울시는 주 연소로와 보조 연소로로 구성되는 화장로를 새로 개발해 연기와 냄새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새 화장로는 일단 발생한 배출가스를 위에서 아래로 이동시키며 4번 연소시켜 오염물질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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