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5만명 대부 빚 800억 신음… 1년새 대출금 40%- 연체금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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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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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대부업체 전수조사… 돌려막기용 빚 늘어 더 심각

대학생 이모 씨(25)는 올해 1학기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연간 2000만 원이 넘는 두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대느라 등골이 휜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이 씨는 학자금 대출 한도까지 꽉 차 이자율이 높은 줄 알면서도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은행과 달리 돈 빌리는 절차는 무척 간단했다.

하지만 막상 돈을 빌리고 나니 그때부터 e메일과 문자메시지 ‘폭탄’이 쏟아졌다. 이 씨는 “매일 원금 상환일이 얼마 남았다고 연락이 왔고 한 번이라도 연체하면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까지 구해도 등록금 빚이 영원히 나를 따라다닐 것 같아 두렵다”고 털어놨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이 학자금 마련을 위해 대부업체로 몰리고 있다. 5만 명의 대학생이 연간 40%대의 초고금리 대부업체에서 약 800억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대학생 대출을 취급한 28곳의 대부업체 대출 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 6월 말 현재 총 4만7945명의 대학생이 대부업체에서 794억58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4일 밝혔다.

대출 건수와 잔액은 지난해 6월 말보다 각각 57.2%, 40.4% 증가했다. 일부 중복 대출을 제외하더라도 대학생 1인당 160만 원 정도를 빌린 셈이다.

특히 원리금을 갚지 못해 연체로 등록된 대출금은 118억 원으로 1년 전의 66억 원보다 7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11.8%에서 14.9%로 높아졌다. 이는 전체 대부업체 평균 연체율 7.2%의 2배가 넘는다.

대부업체 대출 중 학자금 용도는 1년 전보다 33% 증가한 336억 원이었지만 비중은 42.4%로 지난해 6월 말보다 2.1%포인트 감소했다. 그 대신 다른 대출 상환을 목적으로 한 대출이 56억 원으로 지난해 6월 말 28억 원보다 100% 증가했다. 빚을 내 다른 빚을 해결하는 ‘돌려막기’ 악순환에 빠진 대학생이 많다는 뜻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금감원은 대부업계에 공문을 보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모 등 제3자에게 빚을 갚으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도했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대출해주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갚지 못할 때 부모들에게 빚 부담이 지워지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하반기 대부업체 검사에서 대학생 대출 실태를 집중 점검해 불법 행위를 단속할 방침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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