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폭탄]흙더미 어디갔나 했더니 학교 운동장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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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산사태-수해 궁여지책
24t트럭 2000번 오가며 날라

29일 찾은 서울 서초구 서초3동 신중초등학교 운동장은 27일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를 복구하며 현장에서 실어 나른 토사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흘러내린 토사량이 워낙 많아 복구를 진행하는 서초구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실어 나른 토사량을 가늠해보지도 못한 상황이다. 24t 덤프트럭이 2000번 넘게 현장을 오가며 토사를 실어 날랐다. 학교가 예술의 전당 바로 건너편에 있어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깝다 보니 긴급복구 작업 당시 이곳에 토사를 임시로 옮겨 놓았다. 도심 한가운데서 산사태가 일어나 막대한 토사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 취한 궁여지책이다.

안전을 위해 운동장 둘레에 접근금지선을 쳐놓긴 했지만 동네 주민들이 운동을 위해 자주 찾고 있어 처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신중초교 6학년인 강재현 군(12)은 “오랜만에 비가 안 와서 축구를 하러 운동장에 왔다가 깜짝 놀랐다”며 “이번 주말에는 다른 곳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를 지나던 동네 주민 김모 씨는 “산사태가 여기까지 난 줄 알았다”며 “개학 전까지는 다 치워야 할 텐데 양이 많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중초교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서울고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신중초교보다 3배 가까이 큰 운동장에도 흙더미와 부러진 나뭇가지가 가득했다. 야구부 연습을 위해 가림막을 쳐놓은 곳 외에는 전부 토사와 산사태 잔해가 쌓여 있었다.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연일 이어진 비에 물기를 머금었던 진흙이 내뱉은 흙탕물로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생겨났다.

우면산에서 굴러 내려온 돌덩이도 눈에 띄었다. 복구반은 신중초교 운동장이 가득 차 더는 토사와 잔해더미를 나를 수 없어 이곳과 양재고로 토사를 옮겨 날랐다. 서울고 관계자는 “이곳도 가득 차 오늘부터는 덤프트럭이 오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서울시와 협의해 학교 운동장에 임시로 쌓아둔 산사태 잔해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하고 있다. 아직 처리 시기와 방법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매립지를 정해 묻을 가능성이 높다. 이인근 서울시 도시안전본부장은 “복구작업이 마무리되면 일주일 안으로 잔해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충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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