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高 어깨 펴주자]교사-실업고 출신 기업인 제안

  • 동아일보

“특성화고 이론교육 치중… 실습 늘려야”
“국어시간 시 감상 대신 소개서 작성을”

26일 오후 충북 괴산군 중원대의 한 강의실.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특성화고 교사 특별연수에 참가한 60여 명의 교사가 토론에 한창이었다. 교사들은 제자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옛 실업계고 출신인 중소기업 사장들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며 이들을 거들었다.

교사들은 특성화고가 직업인 맞춤양성이라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교육과정부터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강사로 나선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53)은 “우리나라 특성화고는 건물과 실습 기자재, 교원 수준 등은 모두 우수하지만 교육과정과 교수법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자신이 공고를 다닐 때나 지금이나 교육과정이 거의 바뀐 게 없다며 실용성을 가미한 이른바 ‘프로젝트 학습’을 특성화고에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가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바뀐 것에 걸맞게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회사 근무요령, 내방객 접대, 정보기술(IT) 사무기기 활용, 쇼핑몰 창업 등 기업실무형 과제를 놓고 교사와 학생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위스 실업계 학교에선 간단한 시계나 식당 나무의자 만들기 같은 실용적인 프로젝트 학습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국어수업 때 시조 감상하기 등을 줄이는 대신 자기소개서 쓰기, 학과 브로슈어 만들기 등을 더 많이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성화고가 기능인력 배출이라는 기본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충고도 나왔다. 충남기계공고를 졸업한 이준배 준텍 대표(42)는 “재학 시절 학생들이 선반이나 밀링, 용접 등을 배우면서 기계 한두 대는 능숙하게 다뤘던 기억이 난다”며 “하지만 요즘 특성화고 출신 직원들을 보면 기능보다는 이론에 치우친 교육을 받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기제품 케이스를 만드는 회사 특성상 기능인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 직원(50명)의 60% 이상을 특성화고 출신으로 뽑았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괴산=한윤창 인턴기자 한양대 법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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