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민원으로 건축허가 취소한 건 위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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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졸속행정 구청에 일침

서울 동대문구가 주민 반발 여론을 의식해 건축 허가를 취소하는가 하면 대상 지역을 아예 도로로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세우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번 판결은 여론에 굴복해 직접 내렸던 행정처분을 마음대로 폐기하는 정책당국의 무(無)원칙 행정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대문구는 지난해 6월 청량리동에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김모 씨(31·여)에게 건축 허가를 내주고 착공신고까지 해줬다. 그러나 이웃 주민들이 교통 불편을 주장하며 해당 터를 공원이나 도로로 만들어달라며 집단 민원을 제기하자 구청의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구청은 지난해 10월 집단 민원 발생 등을 이유로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올해 1월에는 아예 도시계획을 변경해 해당 터를 도로로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김 씨는 즉각 동대문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잇달아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하종대)는 김 씨가 건축허가 취소가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낸 소송에서 “허가 취소 근거로 든 ‘공사 완료가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견 제출 기회도 주지 않고 허가가 취소됐다”며 “구청이 추진하는 정책은 고시원 건축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들은 주민들의 집단 민원에 떠밀려 진행되는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김 씨가 낸 도시계획 변경결정 취소소송에서도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심준보)는 “토지를 도로로 변경하겠다는 도시계획사업 실시인가 처분은 위법하다”며 김 씨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주민들의 집단 반발과 원칙 없는 구청의 졸속 행정이 만들어낸 해프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집단 반발을 의식한 처분 변경이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은 법리적으로 따지다 보면 결국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칙을 지켰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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