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삼척시도계고학생들의뮤지컬 '뺀지와철조망'이20일춘천에서공연됐다.이작품은2006년도계고에서탄생한창작뮤지컬.사진은도계고학생들의연습장면.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20일 오후 강원 춘천시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는 의미 있는 공연이 열렸다.
탄광지역인 강원 삼척시 도계고 학생들의 뮤지컬 ‘뺀지와 철조망’이 무대에 오른 것. 1∼3학년 학생 28명이 배우로 나섰고 음향 무대 조명감독 등 스태프도 학생들이 맡았다. 이들은 프로 뺨치는 춤과 노래로 80분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뺀지와 철조망은 2006년 도계고에서 창작한 뮤지컬로 그동안 20여 차례 공연됐다. 특히 지난해 6월 서울 나루아트센터 공연에서는 700석 좌석이 두 차례 모두 만석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당초 문제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전인국 교장이 공부는 뒷전이고 교사에게 수시로 반항하는 문제학생들과 면담하다가 그들의 유일한 흥밋거리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뮤지컬을 떠올린 것. 전 교장이 직접 대본을 쓰고 교사들이 연기를 지도했다. 탄광촌 청소년들의 방황하는 모습과 고민하는 과정, 친구들의 우정과 가족의 사랑 등을 뮤지컬에 담았다.
학생들은 그해 12월 학교 축제에서 뺀지와 철조망을 처음 공연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이후 지역 행사에서 초청이 이어졌다. 다음 해부터는 대회에도 나가 삼척시 청소년예술제 대상, 강원 청소년연극제 뮤지컬 부문 1위, 전국청소년연극제 단체 부문 은상 등 상을 휩쓸었다. 특히 삼척시 문화관광상품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이고 에르메스재단과 하이원리조트의 후원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재정적 지원도 받았다.
뮤지컬을 하면서 문제학생들도 변했다. 교내폭력과 흡연 등이 눈에 띄게 줄었다. 뮤지컬을 한 학생 가운데 5명은 졸업 후 연극영화과나 뮤지컬학과에 진학하기도 했다.
올해 첫 공연인 춘천 무대에 오른 학생들은 뮤지컬 동아리 6기생들. 1학년생에게는 데뷔 무대였다. 주인공 고영재 역을 맡은 1학년 김병현 군(17)은 “첫 공연이라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다”며 “광산근로자 출신인 아버지가 공연을 보러 와 더욱 의미있는 무대가 됐다”고 말했다. 3년 동안 모든 공연에 출연했던 3학년 안미현 양(19)은 “이 뮤지컬을 통해 적성을 찾았다”며 “졸업 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예계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3년째 지도하고 있는 함길주 교사는 “뮤지컬을 인성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행복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라며 “작품 초기보다 춤과 노래 등이 훨씬 보강돼 이제는 국내 최고의 청소년 뮤지컬임을 자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연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또 다른 걱정도 생겼다. 각종 후원 기간이 올해가 마지막이어서 당장 새 후원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 한 번 공연에 2500만∼3000만 원이 들어 학교 자체 예산으로는 사실상 감당할 수 없다. 함 교사는 “자칫하면 이번 공연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며 “뮤지컬에 대한 학생들의 꿈이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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