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강진군 공설 화장장 건립 주민투표로 결정

  • 동아일보

전남 강진군의 공설 화장장(승화원) 건립 여부가 광주 전남에서는 처음으로 주민 투표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진군은 공설 화장장 건립 후보지인 칠량·도암면 주민들 사이에 화장장 설치를 둘러싸고 찬반이 엇갈려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강진군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투표를 위탁해 다음 달 17일경 칠량·도암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치를 계획이다.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효력이 생기고 이하면 주민투표가 무효가 된다. 강진군은 두 후보지 주민 모두가 공설 화장장 설치에 찬성할 경우 선정심의위원회에서 후보지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강진군이 주민 투표를 하는 것은 18일 칠량면 주민 100여 명이 공설 화장장 후보지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 계획에 반발해 군 청사 진입을 시도하는 등 반발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강진군 공설 화장장 설립은 2008년 6월경 지역 이장단을 중심으로 강진지역 전체 인구 4만여 명 중 7500여 명이 군에 화장장 유치 건의서를 내면서 시작됐다. 자신이 사는 곳에 혐오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현상인 님비 사업의 하나로 여겨졌던 화장장 조성에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당시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공설 화장장은 2014년까지 20만 m²(약 6만 평) 용지에 사업비 125억 원을 들여 화장로 2개와 봉안시설(1만 위), 자연장 5000기, 편의시설 등을 설치한다. 강진군은 지난해 10월 후보지 공모와 주변지역 주민지원 내용, 기금운용 계획 등을 담은 공설 화장장 및 봉안시설 등의 설치 조례를 제정해 사업을 구체화했다. 이후 사업유치 마을을 공개모집해 후보지로 떠오른 칠량면과 도암면 가운데 한 곳을 올해 최종 후보지로 결정할 계획이었다.

강진군 관계자는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주민과의 공감대가 우선이라는 차원에서 주민투표를 결정하게 됐다”며 “두 지역 모두 반대가 많으면 주민들의 뜻에 따라 사업을 백지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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